
어두운 숲-Burnt carmine, 120x120cm, Oil on Canvas, 2019
마른 꽃3-2, 60.4x50.4cm, oil on canvas, 2022


어두운 숲-Burnt carmine, 110x180cm, Oil on Canvas, 2019
겨울 숲(194x130cm)/2023년作
12월 4일 일요일, 종강을 바로 앞두고 방문한 철원 DMZ 인근 지역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초겨울 나무들은 이파리를 떨군 채 각종 넝쿨식물과 얽히고설켜 좀처럼 어떤 것이 이쪽 나무 잔가지이고 어떤 것이 다른 나무의 것인지 온전히 구분되지 않았다. 겨울 숲은 얼음장 같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전체적으로 색 바랜 어두운 보라 기운을 띠었고, 듬성듬성 무리 지어 달려있는 다양한 씨앗들도 거의가 크기도 작고 색도 비슷하여 눈에 띠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
달려있는 생기 잃은 이파리들의 누런 색들이 빛을 받아 다양한 색깔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보이는 철조망 위에 붙은‘지뢰’알림 표지판이 이곳이 민간인 통제구역임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가끔씩 철조망 안쪽에 나무와 나무 사이를 끈으로 둘러친 일정한 구역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만큼 지뢰 탐사를 하고 그 곳에 필요한 물품을 야적하거나 가설물들 짓거나 한다고 했다. 또 한가지 나의 눈에 들어 온 것은 탐방로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전봇대였는데, 철원군24, 철원군25, 26, 52. 숫자가 표기된 전봇대는 아마도 전국 어디에나 있었겠지만 이 날 나의 주의를 끌었다.
작업실로 돌아와 겨울나무 풍경을 그린다. 나뭇가지 사이 임시로 둘러친 끈이 있는 풍경을 그리면서 (임시로) 둘러친 노란 테이프는 일상적인 풍경 그림에 그 어떤 역할을 부여하였다. ‘임시’
혹은 ‘잠정적’ 아라는 어휘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랄까... 잡목과 넝쿨식물들이 뒤엉킨 풍경은 섬세한 시선을 보내야 겨우 하나하나의 개체가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리기 위해 가려지고
끊어진 윤곽선을 따라 연결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회갈색 나무를 그리고 지우고 또 다시 그린다. 세부에 몰입해 그릴수록 그림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잔가지 모든 세부들이 나의 몸에 각인되어 보지 않아도 그릴 수 있을법하다. 그림은 애초 의도와 달리 겨울 숲 잡목들의 잔가지를 표현하면서 ‘아름답게’ 보인다. 작업실 안에서 그리는 동안 서정성이 그림에 들러붙었다.
(2023.1.17)
페인팅 <어두운 숲, 2019> 연작에서 사용한 Burnt carmine(붉은 색 천연색소로 연지벌레에서 짜낸 염료로 만든 양홍을 말함)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물질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빛을 잃은 숲의 풍경일지라도 그 어떤 밝음 자체를 포기 할 순 없기에 그림을 그리며 그 제단에 카민 색을 희생의 의미로 선택하여 올린 것이다. 밤 풍경 그림 위에 지우듯 덧그린 덤불 숲 제주 다랑쉬 풍경, 빛의 과다 혹은 밝은 녹색으로 그린 그 덤불 숲 사이사이에 붉은 색 카민으로 그린 밤 풍경이 흔적으로 남겨져 있다. (2019)
정 상 곤 (鄭 尙 坤) / Chung, Sanggon
작가약력
주요 단체전
작품
마른 꽃3-2, 60.4x50.4cm, oil on canvas, 2022
겨울 숲, 194x130cm, Oil on Canvas, 2023
어두운 숲-Burnt carmine, 110x180cm, Oil on Canvas,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