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OXXO-LB
병풍에 디지털 프린트, 광목과 장지 위에 혼합재료, 355.6×159.3×1.5cm, 2026

Veil 1/2/3
자연지에 혼합재료, 53×45.5cm, 2026

XX 2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정상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감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상성은 반복되고 배열되며 사회 속에 배치되는 형식에 가깝다. 나는 이러한 형식이 어떻게 개인의 사랑과 관계, 그리고 신체 위에 스며드는지를 따라간다.
사진과 회화는 이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촬영은 시선과 신체가 마주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흐름을 포착하는 행위다. 카메라와 대상 사이에서 분절된 신체의 일부, 머리카락, 피부의 자국, 옷의 주름은 관계 속에서 재배열되는 단서로 남는다. 이는 익명성과 친밀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정상성의 기준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감각의 밀도를 드러낸다.
회화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다시 조직하는 과정이다. 붓질의 반복과 화면의 물성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형태를 고정하기보다 흔들고 이탈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화면 위의 흔적들은 재현과 해체 사이를 오가며, 규정되지 않는 관계의 상태를 하나의 장면으로 형성한다.
특히, 병풍 형식을 차용한 작업에서는 나누어지고 이어지는 구조 자체를 다시 조직한다. 병풍은 시선을 분절하는 동시에 그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반복되는 패턴은 유연한 물결 속에서 균일한 질서를 흔든다. 그 물결에서 파생되는 파동은 정상성의 바깥에 놓인 관계들이 머무는 자리이자, 새로운 연결이 형성되는 공간으로 남는다.
나의 작업은 정상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유지되는지를 낯설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구조 바깥에 위치한 사랑과 관계들이 어떤 형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분절된 이미지와 겹쳐진 감각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의 흐름을 발견하게 된다.
박지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체의 이미지나 상징적 기호를 토대로 하여 흔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인간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행위 및 이와 관련된 사회 구조적 담론들을 시각화하고 이를 전시 공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작업과 사유를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 관련하여 “‘정상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감각하는 데서 출발한다.”라고 말한다. 물리적 측면에서 보면 이 세계에는 빛의 속도나 중력 상수 등 기본값과 같은 지점이 존재하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작가가 언급한 바와 같은 ‘정상성’과 같은 개념, 즉 일정한 기본값과 같은 기준은 존재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사회적 의미는 사회 관계 속에서 언제나 유동적이고 매번 그 의미 변화가 수행될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정상인, 비정상인을 나누려고 한다면 그 누구도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하려 한다면 관습적인 측면이나 통계적인 자료만을 제시하여 특정 상황에서의 기준을 주장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 한시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상성’이라는 개념을 화두로 꺼냄으로써 퀴어 문제에 대한 담론적 논의를 제안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가가 이번 전시를 정상성 바깥에서>라는 주제를 제시하게 된 것은 이른바 ‘정상성’이라는 개념 하에 주류적 사고, 중심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중심적 영역으로 보고 있는 곳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영역, 즉 외곽 혹은 바깥 영역에 대해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관점을 재고하도록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즉 작가는 인간 사회의 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작업을 통해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게 되면 작가는 인간은 각자 성적 주체가 된다는 점을 제안하면서 작가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의 관계를 통해 이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작가는 그 관계를 위계적으로 규정하거나 특정한 서사에 의해 그 관계적 위치를 한정하기 보다는 신체가 맞닿고 겹쳐지는 상태, 다시 말해 친밀함과 긴장감, 가까움과 낯선 거리감이 공존하게 되는 지점을 드러내되 단지 그 감각적인 측면만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위치에서 이를 부각시켜 표현하려 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다양한 존재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것에 대해 말한바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존재적 위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늘 새롭게 인식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작가는 틀에 박힌 타블로(Tableau) 회화를 화이트 큐브 내에 배치하는 방식에 따르기 보다는 회화적 지지체를 족자나 병풍과 같은 지점으로 확장하여 시대적 컨텍스트를 섞거나 서구적, 현대적이라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온 지점을 전환하여 동양적 전통적 개념을 하나의 작업, 하나의 공간 내에서 교차시키게 되었던 것 같다. 고정 관념을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에 대한 관점을 재맥락화하고 시각의 전복 혹은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여기에 성적 주체의 일방적 중심성을 유보시킨 채 피부의 결이 교차되는 곳에서 감각의 상호작용을 시선이 흐르고 피부가 접촉되는 그 지점에서 현상적인 상황만을 감각하도록 만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사실 주체적 위치에서 보면 타자라는 것은 당기는 구심력과 밀어내는 원심력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대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힘의 원리는 타자적 위치에서 보아도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므로 작가는 이처럼 각기 주체이지만 서로에게는 상대가 타자일 수 밖에 없는 세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해나가게 될 때 각기 중심적 사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관념적 사유 방식을 전복하는 컨텍스트를 창출하고 이로부터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감각 차원에서 다시 되돌아보게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 프로세스를 시각의 장을 구축하는 것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주체는 자기 자신을 분할하고, 공간화하며, 시간적으로 지연시키는 과정 속에서만 구성된다."라고 하였다. 데리다에게 있어 주체란 타자와의 관계라는 그물망 속에서 결코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나’를 향해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한 것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주체는 순수하게 고정되거나 통일된 단일체가 아니라 타자의 흔적일 수 밖에 없고 스스로를 대상화하고 이처럼 분할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박지현 작가의 작업 역시 타자가, 감각의 파편들이 주체를 구성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혀진다. 작가는 분절된 신체 이미지들을 통해 이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데리다의 관점으로 보면 타자화, 즉 주체와 타자의 관계에서의 간격이나 공간 혹은 거리와 같은 것이 주체를,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주체와 타자 사이에서 바라보고 접촉하는 모든 공간적 행위들의 파편적 지점들 가운데 결국 ‘나’라고 하는 실체를 확인하는 행위가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공간적 관계는 고정된 기본값 혹은 ‘정상성’으로 지칭되는 관념적 환영 같은 것으로는 포착될 수 없음을 고려하여 작가는 이를 반어적으로 표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이 공간을 감각하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지점을 신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정하여 작업에서 이를 다양한 컨텍스트에 위치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그 관계적 구조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지는 긴장감 또는 파동처럼 전해지는 특정한 흐름들에 대해 감각 혹은 감정이라는 양태를 대입시켜 우리가 인식해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되묻도록 만드는 질문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정상성의 범주를 한정하려는 이들을 향해 ‘정상성의 바깥에서’ 전달되는 상호작용, 즉 일종의 말걸기를 시도하면서 이것의 심층적 의미에 대해 재인식하도록 만든 것이다. 작가가 작업에 담아낸 분절된 이미지와 겹쳐진 감각들은 주체에 대한 전환적 시각의 계기일 뿐만 아니라 관념화된 시선이나 선입견으로부터 우리가 읽어가야 할 대상과의 관계 속의 층위들이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사유하도록 만드는 계기로서도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이와 같은 점들을 근거로 하여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방식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자 또 다른 간극일 수 있는 이 대화의 장 가운데 관객들을 초대하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약력
박 지 현Jihyeon Park
학력
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그룹전
작품
XXOXXO-LB — 병풍에 디지털 프린트, 광목과 장지 위에 혼합재료, 355.6×159.3×1.5cm, 2026
Veil 1/2/3 — 자연지에 혼합재료, 53×45.5cm, 2026
blue 2 — 장지에 혼합재료, 140×70cm, 2025
XX 2 — 장지에 채색, 17.9×25.8c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