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주
Yu Youngju Solo Exhibition

등대
Oil on canvas, 72x90cm, 2026

Ten Fingers 열손가락
Acrylic and Knitted fabric on canvas, 30x60cm, 2024
마리아
Oil on canvas, 112x160cm, Year unknown
행운의 역사
Acrylic and Oil on canvas, 116x87cm, 2026

전자파 호랑이
Oil with Woodblock on canvas, 30x40cm, 2025

돌맹이들
Acrylic on canvas, 60x70cm, 2025
작가노트
저의 집 근처에 비봉이라는 북한산의 한 봉우리가 있습니다. 신라 진흥왕이 근처를 지나다가 자신의 치적을 칭송하는 비석을 그 봉우리에 세웠는데, 지금은 박물관에 가 있습니다. 이제 등산객들은 비석 없는 비봉에서 인증사진을 찍어, 자신의 치적을 자랑합니다. 저의 그림도 비봉 같습니다. 오늘의 기쁨도 어제의 슬픔도 모두 그림이 되고, 비석이 됩니다. 모든 그림들이 저의 소중한 기념비 이자 감정의 역사입니다. 오늘은 반짝이는 구슬이 되어 세월로 엮어집니다. 과거가 굴레가 아닌, 화려한 목걸이가 되어 저를 빛내 줍니다. 제가 직접 뜨개질한 것들도 나무 판자에 붙여보았습니다. 저의 치척입니다. 사 랑스러운 역사가 모여 전시가 됩니다. 그림이 의무가 아닌 행복한 놀이가 되기를 바라며, 이 전시가 북한산처럼 우뚝 솟은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억의 역사로 전환된 감정과 정서의 낙서화적 기록들에 대하여
유영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역사’라는 주제를 앞세워 낙서화 스타일의 자유 분방한 여러 회화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런데 사실 작가가 주제로 선택한‘역사’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 조금은 무거운 주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이 무거움 속에 개인사적인 기록들을 남기는 작업을 보여주되 이 단어가 주는 무거움과 달리 가볍거나 일상적인 것들을 담아내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역발상적 태도의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낙서화적인 방식의 작업은‘Graffiti’라는 명칭으로 이미 미술사 가운데 하나의 장르화 되어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Graffit’라 는 단어는 본래‘긁다’,‘새기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으나 고대 로마시대부터 벽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지칭하게 되면서 후대에는 벽에 남긴 모든 흔적을 의미하였다. 그후 이 말은 현대미술에서 거리예술(Street Art)이라는 이름 하에 뱅크시(Banksy) 등 사회적, 저항적 예술 양식으로 의미가 발전되어 온 말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는 이처럼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업뿐만 아니라 다른 경향의 작업도 존재한다.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경우에는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요소들도 담겨있지만 이와 함께 작업에서 표현 그 자체가 자기 존재의 표식이 되었던 예를 보여준다. 바스키아는 그곳에 작가의 정체성과 감각방식, 사유방식 등이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유영주 작가의 경우에도 바스키아처럼 작업 중에는 사회적 맥락의 작업도 일부 발견되고 있는 부분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일상을 살아가는 작가의 존재론적이며 감각적인 기록들을 산출해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저의 치적이고 사랑스러운 역사”라고 지칭하였는데 이를 보면 작가는 작사 스스로에 대한 성찰적 작업을 하고자 하였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작가가 이처럼 그 표현 방식에 있어 낙서화적 방식으로 자유분방한 경향의 회화적 표현을 하게 된 것은 규정된 개념에 의해 지시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기존의 언어 혹은 문자 등의 매체나 심지어 회화의 영역의 경우에도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작업 방식으로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담아내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미 작가는 자신이 그려낸 작업에 대해 그의 작가노트에서“소중한 기념비이자 감정의 역사”라고 서술한 바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기념비처럼 자신의 작업에 새겨 넣고 싶었던 것은 어떤 논리나 이론과 같은 것이 아니라 그가 느꼈던 것들, 즉 순간순간 변화하는 감정이나 어떤 특정한 정서에 머물러 있었던 경험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고정된 어떤 특정한 지점이나 어떠한 사실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지는 내적 변화를 작업에 이어지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어떤 사건이나 어떤 대상 자체를 묘사하기 보다는 매 순간 만나게 되는 사건들과 상호작용하게 되었던 내적 상황들을 기록하는 것이 작업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작가가 그려내고 표현한 것들은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의 내적 변화, 내부의 어떤 흐름을 대리하는 기표와 같은 것들이 작업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작업에 담아낸 이미지들은 결국 작가가 감각해 왔던 감정적 순간들과 연결되는 이미지들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작업들은 작가에게 스스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마치 메아리가 되돌아오는 반사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작가는 이처럼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적 지점들을 끊임없이 산출해내고 기록해내는 가운데 작가 내면의 역사를, 그리고 작가 자신의 형상을 구축해가는 것과 같은 작업을 해오고 있었음을 이번 전시에서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들뢰즈(Gilles Deleuze)는“회화는 재현할 모델도, 들려줄 이야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하였고“형태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힘을 포착하는 것이다”라고도 하였다. 회화의 본질과 관련하여 언급하면서 이는 묘사하거나 서술하는 것과 같은 기술적 방식이 아니라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강조하며 이를 감각이나 힘과 같은 회화 매체의 효과에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영주 작가 역시 어떤 대상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어떤 서사를 그대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지는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대신에 작가는 기쁨 혹은 슬픔의 순간을 쏟아내듯 그려내면서“오늘의 기쁨도 슬픔도 모두 그림이 되고 비석이 된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묘사적인 기표 방식보다는 감각의 영역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기표의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일상적 기록들은 그 순간마다의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확장적 기표가 되고 있는 것이며 작가의 존재론적 형상을 완성시키는 이른바 개인사적 역사 속의 흔적과 같은 기념비와 같은 기표가 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유영주 작가의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 즉흥적이고, 표현적인 방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간혹 그와 반대로 반복적이고 수행적인 방식으로 작업으로 변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도발적이거나 익살스러운 장면으로 전환하여 다채로운 작가의 감각적 면모들을 다양하게 작업 안에 담아내기도 한다. 작가가 낙서화처럼 가벼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역사’라고 지칭하게 되었던 것은 결국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정서 혹은 감정들을 포착해내고 기록하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확인해내기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이와 같은 자기 확인 과정의 연장선에서 작가 내면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기록을 기억의 매개체이자 상징의 언어가 되고 있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낙서화 같은 회화 언어를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장이 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그 장을 펼쳐 보이며 전시장을 일종의 기억의 장소로 바꿔 관객들과 만남을 통해 지속되는 작가 자신의 기억의 역사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고려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이화여자 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수료(한국 및 동양미술 전공)
2024. 2 개인전, 지구력 (My Golden Retriever), 사이아트 스페이스, 서울
2024. 8 개인전, 희망 (Hope), 사이아트 스페이스 갤러리 더 플럭스, 서울
2026. 4 개인전, 역사 (History), 사이아트스페이스 갤러리 더 플럭스, 서울(예정)
lavenda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