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Dolls
When I was a child, I used to play with paper dolls

아직은 늙고싶지 않아
Digital Printing, 50x70cm, 2025

도대체 뭘 원하는데?
Digital Printing & Acrylic Painting, 50x70cm, 2024
Little Red Riding Hood
Digital Printing, 50x70cm, 2024

아저씨는 아무 욕심이 없지
Digital Printing, 50x70cm, 2025

Closet
Digital Printing, 40x50cm, 2025
작가노트
넌 뭘 가지고 있니?
What’s in my bag?
한동안 자신의 가방을 열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콘텐츠가 유행했었어요.
내가 가진 것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체성과,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조심스러운 동질성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을 거예요.
내가 가진 물건들은 현재의 나를 요약한 초상화이자 작은 자서전과도 같아요.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것, 없어도 되지만 놓지 못하는 과거의 흔적, 혹은 ‘만약’을 위해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나의 삶을 대변하는 간접적인 자기 고백이 되는 것이지요.
누군가의 삶이 궁금하다면 일단 그 사람의 물건들을 살펴보세요.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가능성의 세계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물건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거든요.
소유한 물건에는 일상과 필요가 담겨 있지만, 그 사람이 숨겨 온 꿈과 희망, 말하지 못한 두려움까지 들어 있지는 않아요.
눈에 보이는 것은 선택의 결과일 뿐,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생각과 바람은 누구도 쉽게 꺼내 보일 수 없지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정말로 품고 있는 것은 손에 쥔 물건이 아니라 아직 말하지 않은 미래일지도 모르지요.
Everything is possible,
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You have far more than you think, and you are capable of much more than you realize.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어.
소유하고 있는 것들로부터의 초상, 사물 속의 나에 대하여
김윤종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종이 인형(Paper Dolls)’을 닮은 이미지들을 화면 전면에 등장시켜 어린 시절 종이 인형 놀이를 했던 기억을 환기시키는 여러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그런데 화면에 명시된 ‘My Little girl’, ‘She is, He is’, ‘What do you want?’ 등 여러 문구들을 보면 작가의 의도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회상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추억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심어두거나, 관객이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 볼 수 있는 근거를 작업에 남겨놓고자 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본래 ‘종이 인형’ 놀이의 특징은 인형 하나에 여러 벌의 옷과 액세서리를 조합하여 자유롭게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무엇을 선택하였는가, 어떻게 조합하였는가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 종이 인형 놀이의 매력일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종이 인형’ 놀이에 텍스트를 개입시킴으로써 단지 놀이가 아니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맥락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 기억 속 놀이로부터 작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맥락과 관점의 분화를 촉발시키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페이퍼로 만들어져 있는 ‘종이 인형’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옷과 액세서리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기에 실제 사람들이 옷장이나 장신구 케이스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모아 놓은 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를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가방에 물건을 모아 놓은 것에 비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What’s in my bag?”이라는 문구를 앞세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와 연결된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도록 ‘가방에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면서 ‘당신은 누구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게 될 때 수많은 선택과 수많은 행위를 하게 되지만 그 선택과 행위에 있어 경우의 수는 한 개인의 취향 혹은 성향과 관련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작가는 장 속에 옷이나 장신구를 모아놓는 것, 혹은 가방 속에 소품을 선택하여 가지고 다니는 것은 곧 그것을 소유한 이를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정체성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는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 (Jean-Anthelme Brillat-Savarin)이 그의 저서 <미식 예찬>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고 말한 것을 연상시킨다.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는가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며 그것이 바로 한 인간의 정체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하게 되는 것은 김윤종 작가의 경우 캐릭터와 함께 옷이나 장신구를 수집해 놓은 것 같은 화면 가운데 텍스트를 개입시켜 어린 시절의 놀이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는 부분을 인간의 정체성이나 존재론의 문제에 관한 사유로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My Little girl’, ‘She is, He is’, ‘What do you want?’ 등의 문구를 사용하게 된 것은 단순한 동어반복이 아니라 좀 더 직설적인 자기확인에 대한 질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 혹은 옷을 입고 장식하는 것처럼 취향에 가까운 부수적인 것들로 보이는 것이 어쩌면 그대로 인간을 정의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수집가에게 소유란 사물과 맺을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관계다. 사물이 그 안에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사물 속에서 살아간다.”라고 하였다. 작가는 아마도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 시절의 종이 인형 놀이를 하던 동심으로 돌아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되돌아 보면서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것인지, 가능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 등 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자아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선택의 폭은 무한히 넓혀져 있어 보이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있는가에 대해 되돌아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하나의 제안일 수 있지만 작가는 어린 시절에 사용했던 놀이를 하나의 거울로 사용하여 현재의 나를 볼 수 있는 장(場)을 자신의 회화에 담아놓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시대 속에서 그럼에도 나를 찾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약력
김 윤 종 Smile Yuki
학력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시각디자인전공
전시 경력
2021-2024 서울여류작가협회 정기전
2025 5인5색전 일본 후쿠오카 갤러리 카제
2025 서울 일러스트페어
2025 서울 아트쇼 GALLERY THE FLUX THE FLOW
작품
인 형놀이(Paper Dolls) — Digital Printing & Acrylic Painting, 70x100cm, 2025
아직은 늙고싶지 않아 — Digital Printing, 50x70cm, 2025
도대체 뭘 원하는데? — Digital Printing & Acrylic Painting, 50x70cm, 2024
Little Red Riding Hood — Digital Printing, 50x70cm, 2024
아저씨는 아무 욕심이 없지 — Digital Printing, 50x70cm, 2025
Closet — Digital Printing, 40x50cm,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