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in the world is this
oil on canvas, 116.8x91cm, 2026
believe it to see it
oil on canvas, 116.8x91cm, 2026

within the wind
oil on canvas, 90.9x72.7cm, 2026
Nice to meet you
oil on canvas, 45.5x53cm, 2025

summer
oil on canvas, 50x50cm, 2025
작가노트
그런 날이 있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과 감정의 잔상들이 선명한 이미지들로 각인 되어지는 날들이 있다. 스쳐 지나가는 빛, 순간적으로 흔들리 는 마음의 흐름, 언어로 붙잡히기 전에 사라지는 감정들은 이후의 작품을 결정하는 주요한 영감이 된다. 나는 나의 작업들이 어떤 대상을 재현하는 행위라기보 다,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은 감정과 기억에 남기는 흔적들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분명한 형태와 의미들이 겹쳐지고 쌓이면서 표현되는 형태와 색감들 이 화면을 구성하고, 쌓이고 긁어지면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중에만 드러나는 밀도와 흐름을 화면에 남기며 그 그릇 안에 감정들을 덕지덕지 담아 두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가 아니라, 작가 내부에 공존하는 여러 자아의 단면들이다. 각기 다른 표정과 몸짓, 움직임의 반복은 감정의 표현, 불안과 기대, 호기심과 회피, 믿음과 의심 같은 상반된 상태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내적 이미지를 드러낸다. 캐릭터들은 서사를 전달하는 주인공이 아닌, 순간마다 반응하고 흔들리는 감각의 분신이며, 보는 이가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열린 장치로 기능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제작 과정은 장면과 감정의 잔상의 기록에서 출발해 화면 구성과 스케치 작업을 거쳐 색의 표현, 반복적인 레이어 쌓기, 덜어내기로 이어진다. 하나의 이 미지를 완결된 결과로 고정하기보다, 겹쳐진 색과 붓질의 층이 생성과 소멸을 오가며 끊임없이 수정되는 상태를 유지한다. 화면에 쌓이는 층은 시간의 축적이자 기억의 구조이며, 지워짐과 중첩은 유한한 삶이 남기는 불안정성과 회복의 움직임을 동시에 드러낸다.
화면에 삽입된 텍스트는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해석을 안내하는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감각의 흐름에 개입하는 소음에 가깝다. 짧은 문장이나 단어, 말풍선 등으로 표현된 텍스트들은 보는 이가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교란하고, 의미를 하나의 방향으로 고정시키려는 시도를 흔든다. 읽기와 보기가 어긋 나는 순간 발생하는 미세한 마찰은 인식의 안정성을 흔들며, 화면을 끝까지 불완전하고 열린 상태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면을 긁어 표현된 텍스트들은 쌓아올려 표현되는 이미지들과 상반되지만 동일한 의미를 지니거나 역설적 표현으로 화면 속에서 서로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색은 대상을 묘사하고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억의 파편처럼 서로 스며들고 충돌하며 감각을 호출하는 물질적 요소이다. 선명함과 흐릿함, 안정과 불안 사이의 경계를 조율하는 과정은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과 인식의 상태를 반영한다. 화면은 한 번에 읽히기보다 시선이 머무는 동안 천천히 드러나도록 구성 되며, 시선의 거리와 움직임에 따라 서로 다른 리듬을 만들어낸다.
삶의 유한성, 존재의 시간성은 결국 [지금]이라는 시간과 감정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순간을 박제시키고, 그 순간이 남긴 감각과 흔들림을 화면 정착시키는 행위는 유한함을 인식하는 동시에 삶의 이면들을 또렷하게 경험하게 한다. 삶의 시간 속에서는 항상 다른 면들이 존재한다. 자신에게 남 아 있던 감정의 다른 면은 알 수 없는 불안과 애매한 기대들 기억의 모서리들을 우연히 마주하는 시간과 같이 존재하며 작품은 그 다른 면들을 담아내는 그릇으 로서,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이 마주하여, 드러남과 숨겨짐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면의 상태를 조용히 보여 주려고자 한다.
가볍게 읽게 되는 캐릭터와 텍스트, 그리고 그 이면에 열어 놓은 의미의 층위와 깊이에 대하여
이재복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삶의 시간 속에 항상 다른 면들이 존재한다고 보는 작가의 시각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말하는 삶 속의 다른 면이라는 것은 드러남과 숨겨짐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면의 상태라고 말하는데 작가는 이를 여러 자아의 여러 단면들로 전제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텍스트를 통해 표현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캐릭터와 텍스트가 동어반복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듯하다가도 때에 따라 빗나가게 하거나 심지어 어긋나는 방식으로 연결되도록 함으로써 어떤 특정한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거나 어떤 상황을 직설적으로 묘사하려 하기 보다는 단지 어떤 상황만을 환기시키려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가 전시 주제로 선택한 ‘이면(裏面)’이라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표면의 다른 면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이미지 혹은 텍스트로 드러나 있는 것들로부터 차이와 간극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를 작업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작업은 아마도 작가가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이 내면에 잔상이 되고 이미지가 되어 각인되는 것과 동시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 결국 감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 작업일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붙잡을 수 없는 순간과 기억에 남겨지는 흔적들 사이에서 이미지로 남겨지게 되는 흔적으로서의 감정과 사라져버리는 감정을 마주하게 되면서 작가는 이 양가적이면서 모순적인 순간과 상황에 대해 작가로서 표현하는 방법을 이와 같이 선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붙잡을 수 없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감정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이를 축적하고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게 되었지만 이는 유한한 존재의 위치와 그 이면의 불안정성을 넘나드는 것일 수밖에 없음을 어느 순간 직시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작업은 그 사이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임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작가가에는 작업에 있어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텍스트를 삽입하면서 설명이나 해석보다는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감각의 흐름에 개입하는 소음”을 통해 이미지를 즉시 이해하는 것을 교란시키고 의미가 고정되는 것을 흔드는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기표로부터 전해지는 의미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즉각적으로 완성되거나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미뤄지게 되며, 뒤따르게 되는 차이가 나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이재복 작가의 작업에서도 볼 수 있는데 소음처럼 느껴지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개입시켜 현재의 위치에서 현재와 다른 어떤 것들이 개입되어 자극됨으로 인해 현상태를 자각하도록 만들고 그 차이로부터 현전적 존재의 의미를 각성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드러나 있는 흔적보다 그 이면에 있는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의미들을 이질적 요소들을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표면적 이미지에 대해 그것의 심층을 다르게 읽을 수 있는 지점들을 작업에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은 작가가 화면의 중심적 요소로 등장시키고 있는 캐릭터들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고정된 캐릭터가 아니라 순간마다 반응하고 흔들리고 있는데 작가는 이를 감각의 분신으로 여기면서 작가 자신만이 아니라 그의 작업을 보는 관객들도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열린 장치가 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독자가 고정된 정답을 찾게 되는 것을 거부하고, 언어의 다의성 속에서 길을 잃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희열(jouissance)'을 강조하였던 점을 상기시킨다. 그는 "텍스트에 저자를 부여하는 것은 그 텍스트에 제동을 거는 것이며, 최종적인 기의(Signifié)를 제공하는 것이고, 글쓰기를 폐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저자의 의도와 권위에 텍스트를 종속시키지 말고 텍스트의 다층적 의미를 열어 두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재복 작가 역시 작업의 표피, 이미지의 표피 너머로 그 이면으로부터의 의미들의 층위를 중층화하기 위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다층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구축해내면서 의미가 고정되거나 완성되기 보다는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의미들을 산출하고 더 나아가 관객들과 상호작용 속에서 다의적 의미를 갖도록 열어 놓음으로써 드러나 있는 것들과 숨겨 있는 것들의 구조를 읽어가도록 만들고 있다. 가볍고 친근한 캐릭터들과 함께 동일하거나 역설적인 텍스트를 개입시켜 만들어낸 화면들은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되기에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난해해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 간극과 차이 속에서 표면 너머 이면의 것들을 읽어내는 길을 제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존재한다는 것, 인식한다는 것은 언제나 한계를 갖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이처럼 한계 너머로 길을 내기 위해 이물질과 같은 것을 개입시켜 흔들림과 차이 만들기를 지속하고 이로써 한계 너머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감정의 잔상으로부터의 시간적 이면, 고착되지 않고 지연되는 의미의 이면, 보이는 것 너머의 시각의 이면, 드러나 있는 것과 숨겨져 있는 것 사이의 존재론적 이면 등 인간은 늘 경계와 한계 너머로 양가성을 마주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간극을 가시화함으로써 존재의 실상을 전면화한다. 스스로 그 실체에 다가서 보고자 작업에서 보여주듯 가벼운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러나 깊이 있게 그 이면을 열어 보이고자 한다. 존재의 한계, 존재의 불완전함을 자신의 방식으로 마주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약력
이 재 복 Lee Jae Bok
개인전
2024 이재복개인전 - ING (아트 스페이스 사이로)
2023 이재복개인전 - 찬란한 순간 (개나리 미술관)
2022 이재복개인전 - IN PLACE (스타필트 하남)
2021 이재복개인전 - 제행무상 (공간공일갤러리) 외 10회
아트페어
2025 25아트 강릉 - 강릉
2023 아트페어 대구 - 대구
2023 아트 부산 - 부산
2022 포커스 아트페어 - 프랑스 외 다수
단체전
2025 멈춤전 (갤러리 역)
2025 공공미터 기획전시 web (아트 스페이스 사이로)
2024 사이사이전 (gallery Hom)
2024 너의얼굴 (갤러리 느린시간) 외 다수
작품
what in the world is this — oil on canvas, 116.8x91cm, 2026
believe it to see it — oil on canvas, 116.8x91cm, 2026
within the wind — oil on canvas, 90.9x72.7cm, 2026
Nice to meet you — oil on canvas, 45.5x53cm, 2025
summer — oil on canvas, 50x50cm,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