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otional Interface-1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0x114cm, 2025

Emotional Interface-4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0x123cm, 2025

Emotional Interface-6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100x100cm, 2025

Emotional Interface-7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5x97cm, 2025

Emotional Interface-8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5x97cm, 2025

Emotional Interface-2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106x100cm, 2025
인터페이스의 한계, 그리고 그 너머를 향한 작가적 행위 혹은 흔적에 대하여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스템이 창출해낸 가상적 공간으로부터 다중적 주체로서의 삶과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한 대리 경험이 가능하게 되면서 자아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있어서 자아 인식은 현실로서의 사물 혹은 물질에 대해 감각하고 인식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현실 속의 자아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되는 가상적 자아에 이르기까지 분화된 차원에서의 중층화된 자아 인식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임종철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 파생적으로 나타난 가상적 자아에 대한 인식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작가가 전시 주제에서 언급하고 있는 ‘감정의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에는 인간의 신체, 몸에 한 정 되어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매체적 확장 혹은 개념적 확장이 일어남에 따라 그 차원이 달라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본디 외부 세계에 대해 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아날로그 시대까지 인간의 감각은 몸에서 느끼는 신체의 감각에 국한되어 있었고 몸의 확장성을 말하더라도 기계 기술적 확장 정도였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게임 속 캐릭터나 아바타와 같은 가상적 디지털 공간까지 감각을 매개하는 지평 자체가 차원의 변환을 맞이하게 된 것인데 작가는 그러한 변환이 인간의 감각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감정과 정서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과 확장된 매개 공간으로 인해 인간 주체에 대해 더 깊게 사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감각 경험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은데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감각적 경험의 시작이 게임기 화면 속의 픽셀과 게임 캐릭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의 작가 노트에서 언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작가는 게임 속에서 ‘살아 있음’의 감각을 배웠다고 하였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게임 개발자로 일하게 되면서 캐릭터의 표정을 설계하고 플레이어의 감정을 조율하는 일을 하게 되었던 경험이 현재의 작업을 하게 된 동인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는 자라는 과정에서 디지털 세계로 확장된 자아에 대해 점차 인식하게 되었고 직업적으로 이를 다루게 되면서 감각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변형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자아의 분화까지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의 시스템’에 대해 다루게 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작가는 자아의 범위와 위치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 보고자 하였고 결국 이를 표현하는 작업까지 시작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감정의 시스템’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의 잔해들을 기록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감정의 잔해들은 사실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된 몸의 경계면으로부터 감각하게 된 정보들을 차원 변환하여 물리적인 신체로서의 몸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형되거나 잔여물로 남게 된 그 무엇일 것이다. 디지털 공간 속 아바타나 캐릭터로 대체된 가상적 자아가 획득한 감각 정보는 결국 이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반성적으로 자각하는 주체로서의 의식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인식되는 것이라면 아무리 디지털 공간으로 주체의 확장이 일어나게 되더라도 그곳에서 감각된 정보들을 해석하고 인식하게 되는 지점은 인간 의식이 작동하는 물리적 신체일 것이기에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된 영역으로부터 전달되는 정보가 차원 변환을 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작가는 이 잔여물에 주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 문제의 지점으로부터 물리적인 신체, 몸을 움직이는 행위로부터 감각할 수 있는 매체에 이르기까지 다시 실천적으로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가운데 감각의 경계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단지 신체로서의 몸의 기표를 가시화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차원 변환 과정에서 오류로 남게 되는 것들을 캐릭터를 창출하여 화면에 개입시키고 되새김질 하듯 다시 매체 변환을 시도함으로써 매체적 구조 자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작가적 시각과 태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의식의 세계와 물리적 세계, 그리고 디지털 기반의 가상의 세계 사이에는 절대적인 간극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간극 너머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는 오류와 손실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감각 정보로부터 생성되는 알 수 없는 감정들, 특별히 변환 과정에서 잔여물로 남겨져 있는 것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고자 이를 예술이라는 맥락으로 가져와 또 다른 매체 전환 방식을 통하여 그 구조를 확인하고 내면에서 일어났던 의문들을 추적해 보고자 했던 것 같다. 작가가 느끼게 되는 감정은 그 근거가 되는 감각으로부터 추적할 수 있겠으나 작가가 “감정의 인터페이스 안에서”라는 주제로 작업하게 된 것을 보면 작가는 감각의 접점이자 경계면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이 물리적 신체로부터 디지털적 신체에 이르기까지 확장되면서 그곳에서 발생된 변형과 오류의 지점이 자아의 경계면이 되어 이로부터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작가는 심지어 인터페이스 안에 고립되어 있는듯한 느낌까지 받았던 것 같다. 바로 이러한 점이 디지털 매체 시대가 가져온 변화를 더욱 명확하게 각성하도록 만든 부분으로 보이며 그래서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실존적 위치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간은 어쩌면 영원히 이와 같은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넘어 설 수 없는 존재일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작가는 방향을 바꿔 인터페이스 한계 앞에서 이미지의 흔적을 통해, 행위의 흔적을 통해 그 너머를 향해 발화하려 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내면 속 감정의 잔여물들을 표출해내려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살아 존재하는 위치는 결코 인터페이스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이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노트
「감정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어린 시절, 나는 손바닥만 한 게임기 앞에서 세상을 배웠다. 화면 속 픽셀들은 내가 처음으로 이해한 언어였고, 조작과 응전, 실패와 재시작의 리듬 속에서 ‘살아 있음’의 감각을 배웠다. 그때의 픽셀들은 아직도 내 안에서 원형적 감정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 이미 나는 감정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요한 집 안에서, 브라운관의 빛은 나의 세계였다. 그 안의 인물들은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였고, 나는 그들의 표정을 따라 손끝으로 감정을 복기했다. 캐릭터 를 그린다는 건 나의 내면을 그리는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수많은 캐릭터의 표정을 설계하고, 플레이어의 감정을 조율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감정을 다루는 동 안 내 안의 감정은 점점 비워졌다. 조직 안의 나는 하나의 ‘감정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었고, 진짜 감정은 점점 멀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붓을 들었다. 시스템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의 잔해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림을 그릴 때 내 손은 여전히 게임을 하듯 움직인다. 붓질은 조작의 행위이고, 물감은 로딩 중인 데이터 같다. 감정은 색으로 번역되고, 표정은 UI처럼 분리된 다. 그 속에서 나는 ‘감정의 연출자’에서 ‘감정의 대상’으로 옮겨간다. 그림 속 인물들은 내 안의 플레이어이자 아바타이며, 그들의 표정은 진짜 감정이 아니라 감 정의 코드 조각일지도 모른다.
물감은 디지털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클릭 한 번으로 지워지던 감정은 여기서 뻣뻣하게 굳고, 표면 위에 남는다. 그 잔류감 속에 나의 피로와 집착이 층층이 쌓인 다. 그것이야말로 감정이 아직 인간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리는 얼굴들은 언제나 불안하고, 어색하며, 색은 과하다. 그러나 그 불균형 속에 감정은 드러난다. 감정이란 본래 균형을 잃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니까.
작가약력
임 종 철 LIM JONGCHUL
공식적인 전시 경력 없음
국립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 전공
작가는 국립 순천대학교에서 만화예술학을 전공하며 캐릭터 창작과 서사 구조, 시각적 감정 표현에 몰두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가상의 인물 간의 감 정적 상호작용에 매료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게임업계에 진입하였다.
이후 《리니지2》, 《로스트아크》 등 대형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캐릭터 디자이너 및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감정의 시각화, 감정 조작의 UI화, 인터페이스 기반 감정 경험 설계 등 디지털 감정 구조 전반을 실무적으로 축적해왔다.
현재는 ‘감정 UI’, ‘출력 오류’, ‘디지털 감정의 잔재’ 등 기술 기반 감정 표현을 주제로, 물성과 시스템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적 언어를 실험하고 있다.
작품
Emotional Interface-1 —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0x114cm, 2025
Emotional Interface-4 —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0x123cm, 2025
Emotional Interface-6 —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100x100cm, 2025
Emotional Interface-7 —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5x97cm, 2025
Emotional Interface-8 —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95x97cm, 2025
Emotional Interface-2 —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 106x100cm,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