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속 방랑자 An abyss wanderer

박필준 Park Peeljun Solo Exhibition

전시제목
심연 속 방랑자
전시작가
박필준
전시일정
2025.12.02~12.07
공간주소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2F
전화번호
02-3663-7537
홈페이지
www.42art.com
쉼터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2025

쉼터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2025

달의 이면


백진스키에 대한 찬사
Mixed materials on canvas, 91x116.8cm, 2023
무저갱의 바다
Acrylic on canvas, 91x116.8cm, 2023

작가노트

“그대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오래도록 되뇌었다. 도망칠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마주하고 직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 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환청과 환각,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몇몇 사건들은 내 안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감정의 균열은 점점 커졌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균열 아래에 끝없이 내려가는 느낌에 휩싸이곤 했다. 처음에는 남을 탓하거나 외면하려 애쓰기도 했 다. 그러나 반복되는 어둠 속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직면이었다. 어쩌면 모든 회복의 시작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에서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 작업은 일종의 자서전이자 치유의 기록이다.
‘심연’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나만의 질서로 재구성하여 풍경으로 풀어낸다. 절망적이고 비관적이며 때로는 허무했던 감 정들이 특정한 색과 구조 풍경 안에서 자리 잡을 때, 그것은 더 이상 나에게 ‘상처’가 아니라 ‘이해’가 된다. 모든 이미지는 내가 실제로 겪고 느낀 것들에서 출발했다. 그것들을 조형적 언어로 다시 구성하며, 나는 나를 조금씩 회복시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관람객이 내 작업 앞에 섰을 때, 나는 조용히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습니까?”
내 작품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토로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심연이 있다면, 우리가 서로의 심연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그 순간, 고통조차도 더 이상 혼자만의 것 이 아닐 수 있다.
나는 내 삶의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그 선택의 흔적이자, 내가 나를 향해 던진 수많은 질문이 바로 내 작품이며 이 풍경들은 내가 머물렀던 감정의 장소들이 고, 여전히 진행 중인 회복의 여정이다

심연을 직면하는 지점, 혹은 회복과 치유의 지점에 대하여

박필준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일종의 자서전이자 치유의 기록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작가가 경험해왔던 사건들과 상처들로부터의 감정의 균열을 느끼게 되었을 때 회복과 치유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고 그 해결 방법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깊은 곳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그 내부 깊은 곳을 ‘심연’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를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여 자신만의 질서로 재구성하고 풍경으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업 과정에서 이렇게 내면 세계를 바라보는 행위를 ‘직면’이라고 부르면서 자기 자신을 외면하기 보다는 내부의 깊은 곳까지 그대로 바라보게 될 대 ‘회복’하는 것, ‘치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라깡(Jacques Lacan)은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 되어 있다”라고 하면서 무의식이 단순한 감정의 저장소가 아니라 언어적 구조를 가진다는 관점에서 상징 체계, 즉 언어와 같은 기표적 체계의 구조로 변환하게 될 때 상징계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내적 문제를 언어적 기표의 체계로 상징화하고 발화하게 할 때, 억압된 무의식이 드러나고 치유가 가능해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하여 박필준 작가의 작업을 분석해 보면 작가는 내적 문제의 영역을 가상 공간화 하고 자신만의 질서 체계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이미지적 기표 체계로 해석해 냄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내면 세계의 영역에 대해 치유를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면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고자 하는 과정을 자신의 작업으로 가져와 이를 풍경이라는 기표 체계로 변환하고 상징화 함으로써 실천적으로 회복과 치유의 가능성을 작가 스스로 실험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바라보게 되었고, 직면하게 되었던 ‘심연’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던 것일까? 작가가 ‘심연’이라는 말을 인용한 것은 그의 작가 노트를 보면 니체가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심연을 오래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심연이 괴물과 수평적 위치에서 비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인간 안에 있는 괴물적 가능성을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프로이드나 라깡이 억압된 무의식의 충동으로 보았던 부분이나 니체가 힘과 욕망의 본질적 성격으로 보았던 부분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작가가 인용한 괴물에 비유되고 있는 심연이라는 것은 인간이 억압해왔거나 부정해왔던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니체가 ‘괴물과 싸운다’라는 표현을 하게 된 것은 억압되어 왔고, 부정되어 왔던 인간 내면의 영역과 맞서는 행위를 말할 수 있는 것이며 이 내면의 공허와 억압되었던 부분을 직시하고 직면하게 될 때 치유와 회복과 같은 자기 초월과 도약이 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박필준 작가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내면의 억압되어 왔던 것들, 부정되어 왔던 것들을 직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이미지의 영역으로 변환된 방식, 또는 상징계적 기표 체계로 발화된 방식과 같은 구조와 체계 변경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으며 어두운 그림자처럼 가려져 있었던 부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수반되는 것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작업과 관련하여 “절망적이고 비관적이며 때로는 허무했던 감정들이 특정한 색과 구조의 풍경 안에서 자리 잡을 때 그것은 더 이상 나에게 ‘상처’가 아니라 ‘이해’가 된다고 하였다. 내면 속 감정들이 조형 언어적 체계로 변환되어 다시 위치하게 되었을 때에는 무엇인가 내면 세계 전체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외면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으며 오히려 직시하고 직면한다는 것은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정보의 교환, 의미의 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심연을 바라보는 것은 심연에게 자신이 노출되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괴물을 바라보며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연을 바라보는 것은 억압되어 있던 어두움의 그림자들을 언어나 이미지와 같은 상징 체계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행위가 되며 회복과 치유가 시작되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에 작가는 용기 있게 이를 작업 가운데 실현하고 실천해내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억압되고 억눌린다는 말을 감각적 차원에서 바꿔 말하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상처를 유발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 모두는 그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억압과 억눌림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 모두는 내면 가운데 자신만의 고통과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 내면 세계의 것들을 회피하고자 하고, 어떤 이들은 망각하고자 하며, 어떤 이들은 숨겨놓고자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직시하고 직면하게 될 때 고통과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음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고통의 모습, 상처 난 모습은 간혹 기괴하게 보이기도 하고 공포나 두려움 혹은 슬픔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작가는 현실과 달라 보이고 비현실적 모습 가운데 맹점과 같은 역설의 지점들을 설정하고 상징계적 기표에 반전과 역설의 코드를 심어놓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지점들은 심연 그 자체의 상징일 수도 있고 심연의 역전되는 지점이자 회복과 치유의 지점에 대한 상징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작가는 그 신비로운 풍경을 직면하는 장을 열어놓으며 내면을 바라보며 마주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직면하는 것들을, 그리고 그 방법을 보여주는 가운데 그 감정의 장소에서 회복을 경험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약력

박 필 준Park Peeljun

학력

건국대학교 글로컬 시각광고디자인 학과 졸업

개인전

2023 정극: 박필준 초대전 / 카탈리스트
2022 박필준 초대전 / 바탕갤러리주요 단체전 2022 박필준: 베일 너머 / 갤러리 시소
2019 심연 속으로 전 / 사이아트스페이스 

단체전

2024 시린 뒤 틀린 미련 2인전 / 써드베란다 
2023 아시아 현대미술 청년작가 전 / 세종 미술관 
2023 빈칸 더현대 대구 / 더현대 대구
2021 아트프라이즈 강남 / 논현동 가구거리 
2015 평범한 히어로 평범한 작가들 전 / 서울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작품

  • 달의 이면 —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2025

  • 백진스키에 대한 찬사 — Mixed materials on canvas, 91x116.8cm, 2023

  • 무저갱의 바다 — Acrylic on canvas, 91x116.8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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