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기억이후(No25-VI-7)
Hanji Mixed Acrylic on canvas, 90.9x72.2cm, 2025


숨겨진기억이후(No25-VI-11)
숨겨진 기억으로부터 해석되는 감각의 영역에 대하여
윤진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숨겨진 기억 이후 (After Hidden Memories)〉를 주제로 하여 기억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된 작가의 문제 의식을 추상적 회화로 풀어낸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기억과 관련하여 특별히 ‘숨겨진 기억’에 대해 주목해왔는데 사실 숨겨진 것과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고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 두 개념을 연결시켜 사유하게 되었던 것은 작가가 기억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영역에는 숨겨져 있는 미지의 층위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심리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이 영역과 같은 지점에서의 기억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작가가 ‘무의식적 기억’이라는 용어보다는 ‘숨겨진 기억’으로 표현하게 된 것 역시 어떤 특정 영역의 기억, 다시 말해 은폐되어 있거나 의식적으로 재생하기 어려운 무의식 영역의 기억이나 마치 숨겨져 있는 것과 같은 잠재된 기억과 같은 부분과의 차별적 지점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적 기억의 영역에는 언어화 되기 어려운 정서나 감정 등 비의식적 정보가 저장되기도 하고 의식 영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나 억압이 있을 때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특정 기억들이 무의식에 저장된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의식적 층위 저변에 무의식으로 지칭되는 영역 안에 마치 숨겨져 있는 것 같고,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우며,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도 없는 듯한 특정한 기억들에 대해 주목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현실의 삶 속에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고 일정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한 그 미묘한 기억들을 자신의 회화 세계 안에 담아내고자 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작가는 이 무의식적 기억들에 대해 초현실주의 작가들처럼 꿈의 영역을 현실화된 이미지로 그려내는 방식을 취하기 보다는 무의식의 영역 그대로를 질료적 층위로 번안하여 캔버스에 쌓아 올리거나 감각적 제스춰를 페인팅의 흔적으로 겹쳐 놓음으로써 인간의 내적 세계를 공간화하고 시각화 하는 작가만의 방법을 선택한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에 의해 조형적으로 구축된 내면 세계에 대한 표현이 마치 지도나 얼개도처럼 인간의 의식세계의 층위를 더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고, 어떤 특정한 감정이나 정서와 같은 작가가 말하는 숨겨진 기억의 성격에 대해 더 잘 전달될 수 있으며, 이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이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이며 감정을 시공간에 출현시킬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숨겨진 기억, 그 미지의 영역을 언어화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질화하고 시각화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감각하게 된 것들을 복기하듯이 회화 공간에서 수행적으로 반복하여 작업 행위를 통해 쌓아 올리고 그 과정에서 흔적들을 남겨 놓음으로써, 또는 시간과 공간에 누적되어 있는 것들을 몸의 흔적으로 번안하고 변환하여 그 결과물들의 간극을 회화 공간 안에 노출시킴으로써 시각 영역 내에서의 공감의 지점을 만들고자 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시도해오고 있는 것이다.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그의 저서 『물질과 기억』에서 물질이라는 것과 기억이라는 것을 이원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이미지’와 ‘지속’의 개념을 통해 서로 연결된 것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물질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지각 가능한 이미지의 흐름으로 보았던 것이다. 기억 역시 단순히 저장된 정보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과거로 보았던 것인데 이때 인간의 지각은 외부 세계의 물질로부터의 자극과 기억이 만나는 지점으로 보는 관점에서 베르그송은 신체는 이 두 영역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사실 인간의 신체에서 외부의 물질 세계를 만나 감각한다는 것은 지각 행위, 다시 말해 외부 정보에 대한 해석 행위이므로 이때 과거 기억되었던 것들이 소환되어 해석의 토대와 근거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윤진수 작가가 제시한 것처럼 인간의 기억에는 숨겨진 기억들도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기억이 작용하게 되면 외부 세계에 대해 지각하고 반응하는 인간행위에 변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의식과 같은 미지의 영역에 저장되어 있던 비언어적이고 감각적인 기억으로부터의 정보는 외부의 감각 정보에 대해 새로운 해석과 반응을 유발시키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매커니즘을 작업에 적용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르그송이 지각을 감각과 기억의 중첩작용으로 설명하였던 것처럼 작가는 ‘숨겨진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의식의 영역을 끌어와서 이를 추상적 이미지의 기표로 물질화 시킴으로써 이를 감각하고 지각하는 과정에서 평소 현실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을 경험하게 하고 비현실적이거나 비언어적인 영역으로부터의 소통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말하는 “숨겨진 기억 이후”라는 것은 잠재되거나 은폐되었던 기억의 영역으로부터의 가져온 물질적이며 시각적인 방식으로 변환된 추상적 중첩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며, 작가의 작업은 이에 대한 회화적 시도이자 작가적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의식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떠오르는 기억과 감각을 마주하는 느낌, 다시 말해 예기치 못한 정서 접할 때 느끼게 되는 초현실적 느낌을 작가의 작업을 통해 만나 볼 것을 권하고자 한다. 작가는 그러한 경험에서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던 기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 그 특별한 시공간에 관객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노트
작가약력
윤 진 수YOUN JIN SOO
학력
주요 개인전
주요 단체전
작품
숨겨진기억이후(No25-VI-7) — Hanji Mixed Acrylic on canvas, 90.9x72.2cm, 2025
숨겨진기억이후(No25-VI-4) — Hanji Mixed Acrylic on canvas, 72.7x90.9cm, 2025
숨겨진기억이후(No24-III-107) — Acrylic and Ink on canvas, 53x45.5cm, 2024
숨겨진기억이후(No25-VI-11) — Hanji Mixed Acrylic on canvas, 45.5x53cm, 2025
숨겨진기억이후(No25-VI-08) — Hanji Mixed Acrylic on canvas, 90.9x72.2cm,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