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oth-Song of India
Acrylic on canvas, 193.9x130.3cm, 2025

Twinkle Shadow-Monstera
Acrylic on canvas, 116.8x91cm, 2025
그 날, 빛과 그림자
Acrylic on canvas, 100x80.3cm, 2025
Twinkle Shadow-Mini monstera
Acrylic on canvas, 116.8x91cm, 2025
Matrix-Song of India
Acrylic on canvas, 130.3×193.9cm, 2025
작가노트
1. 예술관--존재에 대한 인식과 치유
내 작업의 예술적 전제는 치유이다. 미미한 존재에 대한 인식과 감정상태, 기억과 소망 등을 물리적 매체의 특성을 이용한 의식적인 작업과정을 통해 스스로 보듬고 치유하며 관객과의 공감을 유도함으로서 예술을 통한 치유의 확장을 희망한다.
나에게 예술은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이자, 존재를 존중하는 행위이며 치유의 행위이다. 내가 주목하는 존재들은 주로 소외되고, 버려지고, 잊혀 진 것들이다. 사람들, 사물들, 화분식물들. 나는 오래전부터 그런 존재들을 바라보고 그려왔다. 단순한 묘사나 재현을 넘어서, ‘너는 아무것도 아 닌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내 예술의 출발점이다.
특히, 관심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화분 식물들을 오랫동안 그렸다. 화분 속 식물들은 누군가의 온전한 보살핌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닮아있다. 내 작업은 그 존재를 보듬고, 바라보고, 끝까지 사랑하려는 과정이다.
예술은 결국 존재를 드러내고, 그것을 바라보게 만드는 언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 언어를 통해 치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2. 치유로서의 예술이라는 역사적 전통
예술이 치유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은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다. 고대부터 예술은 공동체적 의례, 상처를 치유하는 의식, 개인의 정서를 회복 하는 도구로 기능해왔다. 20세기 이후 미술에서는 ‘아르 브뤼(Art Brut)’와 ‘아트 테라피(Art Therapy)’의 등장을 통해 치유적 예술이 하나의 독 립된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자발적이고 비공식적인 표현 방식은 상처 입은 내면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고, 예술은 치료 의 도구로서 사회적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상 속 소외된 존재, 주변부의 사물, 개인적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들이 예술적 치유의 연장선으로 적극 수용되고 있다. 버려진 것들, 무의미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예술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고, 그 과정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고, 때로는 위로를 얻는다.
나는 보다 생활 속에서, 사소하고 개인적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작업은 누군가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태도, 존재를 온전히 ‘보아주는’ 태도 자체가 이미 충분한 회복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3. 작업 의도
내 작업은 기존의 ‘치유로서의 예술’이 가지는 치료적, 기능 관점을 넘어 관계의 온도, 애틋한 시선의 지속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존재 자체가 이 미 충분히 소중하며, 그 존재를 지속적으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존재들은 종종 일상에서 버려지고 방치된 것들이며, 그것들이 다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새롭게 살아난 것들이다. 한 번의 관심으 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들을 오래도록 보살피고, 관심을 지속하며, 지극히 애정을 쏟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회복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이 따뜻한 행위는 관람자에게도 조용한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를 지지하는 시선’을 통해 관람자 스스로 주변 의 존재들을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4. 표현 방법
나의 작업은 항상 존재를 인식하는 시각적 방식과 맞닿아 있다. 나는 도톰하고 뚜렷한 선을 통해 존재를 ‘강조’하고, 입체감 있는 물감을 사용해 대상의 밀도와 질감을 살아있게 만든다. 뚜렷한 선은 내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중요한 표현 방법으로, 이는 존재를 흐릿하지 않게 바라보겠다 는 나의 의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나는 붓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과정을 존중한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닦아내기도 하고, 색이 자연스럽게 섞여 엉키는 우연적 효과를 그대로 받 아들이며, 때로는 물감의 질료적 특성이 스스로 말을 걸어오게 둔다. 완벽하게 제어된 회화보다, 매체의 주도성을 인정하는 솔직한 회화를 지향한다. 최근에는 화분 식물들의 따뜻한 그림자에 주목하며, 대상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흔적들을 그려내고 있다. 식물들이 내리쬐는 빛 속 에서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그림자들은 어쩌면 또 다른 존재, 또 다른 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식물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주변에 흔적을 남기고, 그 그림자들은 조용히, 하지만 깊게 사람의 마음에 말을 건다. 내 작업에서 그림자는 식물들의 ‘또 다른 언어’다.
또한, 엽서 크기의 소형 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사람들의 존재를 작고 조용하게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작은 크기 안에서도 또렷한 선과 밀도 있는 색을 유지하며, 손끝에서 탄생하는 진심 어린 드로잉으로 존재를 새기고 있다.
5. 기대 효과
나는 내 작품을 통해서 관람자에게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흔히 지나치기 쉬운, 작고 평범하며 때로는 버려진 존재들이 내 작업 속에서는 ‘보아야 하는 대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주변을 다시 살피게 되길 바란다.
내가 기대하는 미학적 효과는 관람자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남는 울림이다. 나의 그림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천천히 스며들고, 아주 사소한 순 간에 "이것도 어쩌면 소중한 존재였겠구나" 하고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치유적이고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업은 결국 관계의 온도, 애틋한 시선의 지속성, 존재를 지지하는 따뜻함을 시각화하고, 그것이 관람자에게 작고 조용한 위로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본 존재들이, 관람자에게도 ‘다시 바라봐야 할 것들’로 전이되기를 기대한다.
바라봄으로부터 시작되는 치유와 관계의 회화에 대하여
홍경희 작가는 자신의 예술적 전제는 ‘치유’라고 말하면서 작업 과정을 통해 치유의 확장을 희망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예술은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이며 존재를 존중하는 행위이자 치유의 행위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작업을 하는 가운데 소외되고, 버려지고, 잊혀진 것들을 주목해왔고 자신의 작업이 존재를 보듬고, 바라보고 끝까지 사랑하려는 과정이 되기를 원하며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화분 속 여러 식물의 형상들은 자연 속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식물들과는 달리 작가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 있는 존재, 즉 화분이라는 콘텍스트(context)로부터 읽어본다면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특별한 존재들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이러한 작업은 작가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그려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단지 대상을 묘사하고 재현하는 것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자신의 캔버스 안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란 점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작가가 작업에 앞서 전제한 내용을 보면 작가는 눈에 보이는 대상의 이미지만을 캔버스에 옮겨놓고자 한 것이 아니라 대상과의 관계, 즉 대상과 교감하는 가운데 감각하고 사유했던 것들을 자신의 작업에 흔적으로 남겨 놓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눈에 보이는 대상과 교감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특별히 ‘치유’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을 보면 작가에게 있어 세상의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존재로 다가왔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게 된다. 본디 ‘치유’라는 말은 고통 받거나 아픔이 있을 때 이로부터 다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것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들이고 심지어 예쁜 화분에 담겨 있기에 잘 보살펴지고 있고 안정적이며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곳에서 겹쳐져 보이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발견은 아마도 식물이 자라나기까지 어떤 고통과 아픔이 있었을는지,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는지 등에 대해 상상해 보는 작가의 시각으로부터 기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아마도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는 누구나 고통과 아픔이 찾아올 수 있으며 그 고통과 아픔을 넘어서게 될 때 비로소 성장하고 성숙하게 된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고통과 아픔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기에 부모가 자식과 관계 속에서 자식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보호하고 희생하려 하는 것처럼 교감하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화분에 담겨 있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식물들이 누군가에 의해 화분에 담겨지기까지의 과정, 즉 식물들이 자라나는 가운데 고통과 아픔, 그리고 보호와 사랑의 행위가 오가는 수많은 교감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그 상상적 시각까지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그의 저서 『전체성과 무한』에서 “타자의 얼굴은 나에게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요청이다. 그것은 나에게 책임을 요구한다.”라고 하였다. 타자의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은 타자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고 심지어 책임의 윤리까지 요청하는 것임을 말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작가는 식물들을 바라보면서 그 식물들을 단순한 물질적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면서 치유의 시선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깊은 교감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게 된 식물들에 대해 ‘자라나는 식물들’(Growing Plants)이라고 지칭하면서 그 생명체들이 생명으로서 자라나는 가운데 느끼게 되었을 고통과 아픔까지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홍경희 작가의 작업에는 이와 같은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시선은 식물이라는 타자와의 교감의 산물이며 매우 감각적인 것이기에 작가는 그의 회화에서 그것을 독특한 마티에르(matière)를 통해 촉각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가에게 있어 ‘자라나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행위가 눈만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으로 교감하는 전인적인 상호작용이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인간은 주체로서 온전히 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인간이 타자를 바라보며 이처럼 교감하기 시작한다면 타자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자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를 회화의 언어, 감각의 언어이자 시선의 언어로 바꾸어 자신의 작업 안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상호작용하고 교감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이제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관계의 회화로 관객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 같다.
이승훈 (미술비평)
학력
1995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회화전공 졸업
199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개인전 (총12회)
2025 자라나는 식물들 Growing Plants(더플럭스, 서울)
2023 Tropical Rain(카페아트앤, 서울)
2022 작은 정원들의 속삭임(윤아트갤러리, 인천)
2022 넝쿨처럼 사랑이 쏟아진 날에(희수갤러리, 서울)
2017 Waiting, 아트리에갤러리, 안양
2015 사물들, 희수갤러리, 서울
2012 그녀의 자리, 갤러리 루벤, 서울
2010 붉은 머리의 샐러리맨,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2008 그리다 호흡하다, 노암갤러리, 서울
2002 마음에 있는 풍경, 갤러리 Ladder, 도쿄
2000 다색 모음전, 종로갤러리, 서울
1997 잃어버린 하늘, 관훈갤러리, 서울
단체전 (총60여회)
2025 마당-천 개의 바람(두나무아트큐브,안양)
2022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하여-김현영, 홍경희 2인전 (돈화문갤러리, 서울)
2022 중견작가집중조명전(돈화문갤러리, 서울)
2021 예술하라작가미술장터(서울57th갤러리, 서울)
2021 인천아시아아트쇼 개인부스전(송도컨벤시아, 인천)
작품 소장
2018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Still Object-Pot 1>(2018), 116.8×91cm, 캔버스에 아크릴
2017 성남시의회 <Coffee Cups- Conversation>(2015), 53.0×72.7cm, 캔버스에 아크릴
E-mail 0103nam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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