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된 시간으로부터 From the Layered Time

김은희 KIM EUN HEE Solo Exhibition

전시제목
중첩된 시간으로부터
전시작가
김은희
전시일정
2025.09.24~09.29
공간주소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7 1F
전화번호
02-3663-7537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5
90x90cm,Acrylic on canvas, 2025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5 90x90cm,Acrylic on canvas, 2025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11 

 30x30cm, Acrylic on canvas, 2025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2 

 97x97cm, Acrylic on canvas, 2025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9 

 35x35cm, Acrylic on canvas, 2025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12 

 72.7x72.7cm, Acrylic and texture medium on Canvas, 2025

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일상의 반복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감각의 결을 따라 가는 데서 출발한다. 익숙한 하루의 흐름 속에도 문득 스며드는 낯선 떨림은 감각의 표면에 조용한 여운을 남긴다. 나는 그 여운이 머 문 자리를 색과 선, 구조화된 화면의 흐름 속에 기록하고자 한다. 

겉보기엔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환의 순간들이 끊임없이 포개지고 스며든다. 나는 그 겹침의 결을 좇으며, 시간의 밀도가 감각으로 번져나가는 과정을 회화로 풀어낸다. 수평의 리듬을 따라 놓인 선들은 정적인 구조 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떨림과 감정의 잔향이 흐른다. 

차곡차곡 쌓인 색은 단일한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러 감 각이 중첩되어 남긴 자취이며, 마치 하루의 빛이 겹쳐지며 색이 바 래듯 시간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화면에 스며든다. 화면에 형성된 레 이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기억과 정서, 감각이 응축된 하나의 구 조이자 시간의 단면이다.

작업의 방향은 사전에 정해진 구도보다는 감각이 이끄는 흐름에 가 깝다.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도 색과 결의 배치는 매 순간 다르게 반 응하며, 그 차이 속에서 새로운 리듬이 생성된다. 이는 들뢰즈가 말 한 ‘차이 속의 반복’처럼, 유사해 보이는 구조 안에서 매번 다른 감 각의 층위가 드러나는 생성의 흐름이다. 

나는 아크릴의 특수성에 주목한다. 빠르게 건조되고 얇게 밀착되는 성질은 반복적인 선 긋기와 투명한 색의 층을 쌓는 데 적합하다. 붓 의 방향을 따라 얇은 색을 수평으로 올리고, 농담의 미세한 차이를 조율하며 색과 색 사이의 간격을 조밀하게 구성한다. 때로는 미세한 선이 하나의 층처럼 작용하기도 하고, 이전의 흔적을 희미하게 덮어가며 감각의 리듬을 조형한다. 이 과정은 결과를 만드는 기술이라기보다, 감각의 반복과 시간의 축적을 화면에 눌러 남기는 행위에 가깝다. 

나는 회화를 통해 사라지는 것을 응시하려 한다. 그것은 과거를 회상 하는 기억이기보다 감각의 구조에 가깝고, 명확한 서사보다는 여운에 가까운 내러티브다.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느리게 스며들고,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시간의 여백에 머문다. 

그 여백을 따라가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스쳐 지나가면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시간의 무늬, 그 위에 잠시 머물다 떠오른 감각 의 흔적들. 그것이 내가 그리는 세계이며, 내가 감각하는 시간이다.

일상, 망각과 소멸의 지점으로부터 직시하게 되는 차이와 의미에 대하여

인간은 매일 반복되는 일들에 대해 ‘일상’이라고 불러왔다. 이는 해가 뜨고 해가질 때 밝음과 어둠이 반복되는 삶의 환경으로부터 학업이나 직장일과 같이 시간을 지켜서 해야 하는 일들, 그리고 매일 특정한 시간이 되면 규칙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일들까지 다양하지만 이 일상적 일들의 공통점은 시간의 흐름과 관련되어 있으며 매일의 삶은 각기 독립된 사건들이기에 그 자체로 완벽히 같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똑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음과 다름이 섞여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작은 차이들이 반복되면서 어떤 패턴이 만들어지게 되는 삶의 흐름에 대해 인간 사회에서는 이를 일상이라고 불러왔던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은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이와 같이 ‘일상의 반복’에서,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감각의 결’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일상이라는 것은 매일 반복되기 것이기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음에도 작가는 그 일상적 반복 속에서 오히려 미세한 차이들을 발견하고자 하며 이를 감각의 언어로 기록하는 가운데 이를 통해 자신의 회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감각의 반복과 시간의 축적을 화면에 눌러 남기는 행위에 가깝다”라고 말하면서 “나는 회화를 통해 사라지는 것을 응시하려 한다”라고 하였다. 이는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일상 속 반복되는 것들 가운데 차이를 감각하고자 하는 평소 작가의 작업의 의도에 대해 언급한 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언급한 부분을 보면 결국 이 일련의 작업이 작가에게는 ‘사라지는 것을 응시’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작가의 존재론적 시각이 어떠한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작가의 시각은 들뢰즈(Gilles Deleuze)의 존재론적 관점을 떠올리도록 만드는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과거 전통철학의 존재론적 시각의 경우 동일성(identity)을 토대로 하여 다름에 대해, 차이에 대해 설명하려 했던 것이라면 이와 달리 들뢰즈는 차이 자체를 존재의 근간으로 보았던 점에 견주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물, 사건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며 고유의 차이가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했었다. 그러므로 들뢰즈의 존재론은 고정된 실체 대신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에 주목했던 것이며 일상은 습관처럼 느껴지지만 매 순간 미묘한 차이가 상호작용는 가운데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는데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작가가 언급한 ‘사라지는 것’이란 들뢰즈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성을 해체하는 근거로 작동될 수 있는 하나의 개념으로 읽을 수 있다. 망각하고 소멸하며 사라지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차이를 생산하는 ‘여백’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면 김은희 작가는 어쩌면 무감각해질 수 있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거꾸로 미세한 차이를 감각하는 결을 발견하고 그 차이로부터 존재를 각성하는 근거를 찾아내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바로 그곳에 겹쳐져 있는 것들, 다시 말해 그 차이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지점에 대해 상상하면서 오히려 이 차이를 배태하는 여백, 즉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는 망각과 소멸의 지점에 주목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하여 나타나게 될 생성과 창조의 역동적 힘과 그것의 양가성에 대해 결국 직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회화 공간 속에 이를 감각할 수 있는 흔적들로 남겨놓고자 했던 것이며 이 과정에서 수사적 언어와 감각적 직관 사이의 지연 현상을 그대로 화면에 노출시킴으로써 인간의 인식적 한계와 감각의 환영적 상황에 대하여 통찰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펼쳐놓고자 했던 것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차이를 발견하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사라짐을 경험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중첩되어 있음에도 우리의 일상적 삶은 이 모든 것들을 망각하도록 만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작가는 그 망각의 지점, 소멸의 지점으로부터 차이를, 의미를, 그리고 존재를 직시하고자 하며 이를 감각할 수 있는 흔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회화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살아있음에 대해, 존재하고 있음에 대해 사유하고 발언하는 자신만의 방법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약력

김 은 희 KIM EUN HEE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미술학석사(MFA)회화전공

개인전

2024 “무한의 은유” 아나키아 갤러리,경기 

2023 “Entering the Infinite 무한을 향하여” 인영 갤러리, 서울 

2022 “도시를 채색하다 Color Stripe” 고양 문화재단 어울림 미술관, 경기 

2017 “가을향기” 의정부 문화재단, 경기

단체전

2025 《올해의 작가전》(성남아트센터), 《색채리듬》(한전갤러리), 《독점적 감각》(청담 ARTE) 

2025 《CHANGE OF POSITION 100》(일호갤러리),《아트메트로》(갤러리 인사아트) 

2024 《보는 눈,느끼는눈...사유》(강남문화재단) 《이제, 다시 봄-신진작가전》(갤러리 뜰) 

2023 《국제미술교류 협회전》(갤러리 라메르), 《A Space of Possible》(고양어울림 미술관) 

2022 《BEING-WITH》(고양문화재단), 《순수로의 회귀》(겸재정선미술관) 등 70여회 참여

E-mail : zipdoli@hanmail.net 

instagram: grace_101k

작품

  •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11 — 30x30cm, Acrylic on canvas, 2025

  •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2 — 97x97cm, Acrylic on canvas, 2025

  •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 259 — 35x35cm, Acrylic on canvas, 2025

  • 감각의 흔적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며 No.12 — 72.7x72.7cm, Acrylic and texture medium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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