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딧불은 정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낮에 태어난 겨울호랑이
Acrylic on canvas, 80.3x116.7cm, 2025


나빌레라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읽게 되는 인간과 세계의 다층적 측면에 대하여
이희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일상적 삶의 이면으로부터 감각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현실적 분위기의 화면으로 그려낸 여러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자신의 작업과 관련하여 “이 아이러니는 인생의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성을 일깨운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서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작업에 앞서 이처럼 자신의 작업에 있어 그 근간이 되고 있는 인간의 삶에 놓여져 있는 양가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시각과 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기에 영향을 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소개하였는데 그것은 아버지께서 자주 “호사다마(好事多魔)”에 대해 말씀해 주시는 것을 자주 듣게 되면서 이로부터 영향 받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인간의 삶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고 심지어 상반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어린 시절 듣게 되었던 교훈적 이야기를 삶 속에서 수없이 많이 경험하게 되면서 그 아이러니한 삶의 상황에 대한 작가적 해석을 시도하고 이로부터 자신만의 언어로 회화 작업을 수행하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작가 고유의 통찰적 시각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드러나 있는 현상과 실제적 본질을 대비적으로 구분하여 이를 자신의 작업 속에서는 이중적 구조로 구조화 하고 이를 형상화 함으로써 이러한 구조를 자신의 조형 어법으로 사용하고자 했음을 보게 된다. 작가가 그려낸 이중적 구조라는 것은 유사성과 차별성이 교차된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 모순적 구조로부터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상황을 자신의 작업 안에 표현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작가노트를 보면 이러한 작업 방식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나타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작가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빛과 어두움, 죽음과 탄생, 자유와 고독과 같은 대립적인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오히려 그 대립적인 상황에는 그것의 간극 속에는 오히려 연결고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작가는 모순적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근거들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죽음을 소멸이나 고통과 연결시키기 보다는 탄생과 연결시켜 바라보고자 하기도 하고 자유를 역설적으로 고립과 연결시켜 사유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심지어 빛과 어두움을 느끼는 것 역시 맥락과 상황에 달린 것이지 다름과 틀림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후기 현대의 여러 징후들은 과거 중심주의적 시각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도록 만들었고 다원적 시각과 다양한 다른 관점에 대한 자각을 가져오도록 만들었다. 작가가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드러나 있는 현상보다는 그 배후에 대해 고찰하거나 현상에 겹쳐져 있는 다른 현상들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가운데 메타적 인식의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이희민 작가는 모순적인 상황과 아이러니한 역설을 제시하는 것은 이를 통해 관객들이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혹은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그 사유의 길을 안내하고 대화의 장을 만드는 작업으로 읽혀진다.
그러므로 작가가 “S와 M사이” 그리고 “SUN & MOON”을 주제로 제시하는 가운데 유사성과 차이에 대해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사이 간극으로부터 우리가 접하게 되는 대상에 대해 그 자체보다는 대상 너머의 세계에 대해서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눈 앞에 보이는 현상에 매몰되어 그것의 본질이나 심층적 차원의 저변에 대해서는 간과해왔던 우리 자신에 대해 인식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시각적 기제를 제시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인간의 몸을 소거하고 입혀져 있던 옷만 남겨진 상황을 그려낸 것은 일상 속에서 일차적으로 주목해서 보았던 습관적 시선을 거둬들이고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인식해 보도록 만들려는 작가의 관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그림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아의 일부이며, 이를 통합하는 과정이 인간의 성장과 자기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작가는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남겨진 옷이나 인간의 대리적 형상을 통해 가면과 같은 자아와 그것의 또 다른 면에 대하여 직시해 보도록 만들고 그 총체로서의 인간에 대해, 그리고 세계에 대해 인식해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때 아이러니한 상황은 일상에서 간과했던 영역을 볼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해 ‘다시 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며 그리고 이제 이러한 시각을 매개로 하여 관객들에게 질문하며 소통하고자 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전시를 통해 작업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 노트
작가약력
이 희 민Lee Heemin
학력
개인전
단체전
작품
반딧불은 정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Acrylic on canvas, 91x117cm, 2025
한낮에 태어난 겨울호랑이 — Acrylic on canvas, 80.3x116.7cm, 2025
소란한 고요 — Acrylic on canvas, 91x117cm, 2025
나빌레라 — Oil on canvas, 91x117cm,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