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
Acrylic on canvas, 90.7x116.5cm, 2024
엘레판트우먼
Acrylic on canvas, 72.4x90.8cm, 2017
인간의 형상, 또는 이질적 형상과 교차된 곳으로부터 읽게 되는 인간에 대하여
김미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을 동물 혹은 식물 등과 결합시켜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인간상을
표현해낸 독특한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만의 상상력을 통해 일상적 방식의
상식이나 관념을 넘어 기이하고 낯선 형태를 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해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일련의
작업 속 인간들은 일견 어떤 원인으로 인해 변형되거나 왜곡되어 나타난 인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에 의해 인간의 형상을 확장적으로
변형하여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에 작가의 과정과 작업 의도에 다양한 상상과 추측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작가가 이번 전시 주제를 “인간의 내용”이라고 정한 것을 보면 작가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겉에 드러나 있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담겨있는
것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작업해 왔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아마도 인간을 구성하는 요인들에
대해 주목하고 그러한 내용을 작업에 담아내고자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는 인간의 외형을 변형시켜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을 표현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특이한 겉모습이나 상황만을 다양하게 그려내려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인간 내면의 심층적 모습들을 그려내기 위해 은유나 상징과 같은 방식에 의해 내면의 모습을 겉모습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겉모습으로 구현된 변형되거나 분화된 인간의 모습은 인간 내면을
들여다 본 모습일 수 있으며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들을 인간의 변형된 형상으로 가져와 가시화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미희 작가의 작업은 일견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수의 괴물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작업노트를 포함하여 작가가 언급했던 부분들로부터 그의 작업 의도를 살펴보게 되면 작가의 작업은 외형의
유사성이 있는 것과 달리 일정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미노스의 황소’라는 뜻의 이름인 미노타우로스(Minotaur)”의 경우나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의 모습을 한 “켄타우로스(Centaur)”와 같은 경우를 살펴보면 반인반수의 존재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욕망과 관련된 그 운명적 위치를
상징하는 신화적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미인 작가는 불안한 인간 존재의 정체성
위기에 대해 주목하고 그 실존적 상황을 그려내고 이로부터 인간의 내면을 읽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핵심적 차이는 신화에서 묘사된 운명적 존재로서 욕망하고 갈등하는 존재와 달리 작가는 위태롭고 불안한 존재이자 유동적이고 임시적인 우리시대 인간의
현 상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작업, 즉 반은 인간이고 반은 동물과 식물로 묘사된 인간상들은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의 운명론적 존재가 아니라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초인 개념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와 더 비교될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존재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한 질 들뢰즈(Jean Deleuze)의 '되기(becoming)' 개념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고 본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 존재란 반복되는 동일성 개념 안에 포획될 수 없고 끊임없는 상황과 관계의 변화 가운데 파악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인 작가는 그와 같은 관계적이며 과정적 존재로서 인간을 그려내기 위해 인간을 다양한 상황 속에
위치시키기도 하고 이질적일 수 있는 존재들과 교차시키는 가운데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음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김미인 작가의 작업을 읽어가기 위해서는 단일한 어떤 기준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 상상하며
말이나 언어로 담아낼 수 없는 영역들에 대해 다가가기 위한 열린 시각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현대
사회 속에서 관념화된 인간상 역시 환영이나 허구일 수 있다는 전제 가운데 인간 내면의 심층에 대해 이질적 요소들의 차이 속에서 감각하고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미인 작가는 그러한 세계관을 여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으며 고정된 관념을
벗어나도록 만드는 다양한 차이들을 때로는 과감하게, 떄로는 물이 스며들 듯 은은하게 자신의 작업 안에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 세계에 대하여, 그리고 현대 사회 속에서 변형되고 있는
듯함 인간의 상황적 위치에 대하여 다시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란 사실 어떤 프레임으로
가둘 수도 없고 어떤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는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관계를 만들어내고
차이를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인간 그 자체에 대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각 예술이란 본디 외적인 형태와 형상을 다루게 되지만 작가는 인간을 주목하고 그 외부의 것들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인간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가를 질문하면서
말이다.
이승훈(미술비평)
작가 노트
Kim Meein
작가약력
학력
개인전
그룹전
작품
국화꽃이 있는 자화상 — Acrylic on canvas, 60.5x72.5cm, 2025
산책 — Acrylic on canvas, 90.7x116.5cm, 2024
엘레판트우먼 — Acrylic on canvas, 72.4x90.8cm,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