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僞裝)과 캔슬링_22
nylon,gel medium, acrylic on canvas, 53x54.5cm, 2023

위장(僞裝)과 캔슬링_15
gel medium, acrylic on pannel, 65.1x53cm, 2023

nylon,gel medium, acrylic on canvas, 53x54.5cm, 2023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그 심층에 세계에 다가서는 방법에
대하여
김세이 작가는 이번 전시와 관련하여 “투명함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 보는 시선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내면의 긴장감을 담는다”라는 언급알 한 바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보이는 않는 것이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언급을 보면 작가는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것 역시 무엇인가 겹겹이 쌓이고 응집하게 되면 그것의 겹쳐진 흔적들로부터 그 실체 자체가 명확히 보이지는 않겠지만 여기서 파생된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각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해 보게 된다. 다시 말해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저명한 예술기획자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은1969년 스위스 베른에서 전시를 기획하면서 전시 주제를 "Live In Your Head: When Attitudes Become Form"이라고 하였다. 이를 직역하면 “머리 속에 살아라: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고 번역할 수 있겠으나 이 전시에서 제시한 주제가 의미하는 바는 “머리 속 혹은 내면으로부터 시작되는 예술: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는 정도의 의미가 더 정확한 뜻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이나 마음, 내면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눈에 보이는 형식이 될 것인가”와 같은 예술적 문제 의식을 다루고자 한 것이다. 김세이 작가가 그의 작업노트를 통해 제시한 지점들을 살펴보면 그의 작업 역시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으로 유추해 보게 되는 지점들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인간 내면 속에 흐르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분명해 보이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이나 생각처럼 내면에 있는 것들은 어떻게 가시화되는 것이며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하랄트 제만의 경우에는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술 작품이 창작되고 생성되는 과정에서 그 프로세스를 살펴보았던 것이며 김세이
작가의 경우에는 그 일련의 프로세스 중에서 특별히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싸고 있는 것, 즉 작가가 레이어
혹은 위장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과 같은 어떤 흔적이 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해 온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하랄트 제만이 형식이나 형태(Form) 혹은 의례나 절차(formality)로
보았던 부분을 작가는 겹겹이 흔적으로 남겨지게 되는 레이어로 보거나 심지어 위장(僞裝)이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그 의미의 심층에 자신의 방식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자 했던 것이다. 사실 인간이 마음이나 생각을 외부에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내면의 것을 표현하는 것에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위장과 은폐가 겹쳐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며 그대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하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변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혹은 번안과
같은 방식을 취하여 표현하더라도 일련의 과정에는 언제나 누락되거나 왜곡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작가는 그
경계 지점을 레이어 혹은 위장과 은폐와 같은 개념을 통해 그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에 접근하는 대안적 방법을 찾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그 실상이 놓여 있는 상황을 각성하는 방법일 수도 있는 지점을 찾아내고자 했던 것 같으며 이를 작업을 통해 모색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가는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이 내적인 무엇인가로부터 기인한 흔적과
같은 것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이 위장이나 은폐와 같은 상대적 개념의 위치에서부터 인식될 수 있는 것이었을지라도 결국은 그 보이지 않는 것의 실체가
존재해 왔다는 것에 대해 그 사실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작업을 통해 시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를 통해 그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면의 감정이나 생각과 같은 부분은 언제나 유동적으로 흘러가게 되며 늘 변화하기 마련일 것이다. 그것은 한 순간, 한 지점 안에 가둘 수도 없고 보거나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보이지 않는 바람일지라도 흔들리는 나뭇잎에서는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 속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전해지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알아가게 되고 이를 더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관에 대해 말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만의 안경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안경의 색깔이 무엇인지 세상이 어떻게 왜곡되어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감각하고 인식하게 된 것을 맹종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싸고 있는 흔적의 레이어들, 어쩌면 위장과 은폐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는 감각과
인식의 구조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점검해 보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다른 시각의
길, 매타적 차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가게 된다면 비워져 있어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던 내면의 심층 가운데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감각할 수 있게 되고 알아가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불투명해 보이기도 하고 희미하게 흐려져 있는 이미지들의 흔적과 레이어를 그려내고
만들어가기도 하고 돌발적으로 배치된 공간을 구축해내면서 그 레이어들과 공간의 간극과 구조 속에서 그 보이지 않는 영역들이 감지될 수 있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실체 자체를 그대로 감각하고 인식할 수 없을지라도
하랄트 제만이 태도, 즉 생각이나 감정 혹은 가치관이나 관점과 같은 영역을 형식이나 프로세스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하고 형식을 만들어냈듯이 김세이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흔적에서 기인한 여러 레이어들을 공간이라는 방식 속에 펼쳐 놓음으로써
그 구조로부터 비가시적인 것들의 실체에 접근해 볼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느낄 수 있지만 눈에 보이거나 만져질 수 없는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보통 투명한 것은 비어 있고, 가볍고, 미약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번 전시는 투명함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 보는 시선 넘어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내면의 긴장감을 담는다. 캔버스 위에 쌓인 레이어와 뚫린 구멍들은 사라지는 대신 더 깊은 흔적을 남긴다. 마치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투명해지는 순간이 오히려 선명한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자신을 숨기려 할수록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겹겹이 쌓이고, 부드럽게 스며들며, 마침내 하나의 결로 응집된다. 마치 얇은 막이 점차 덩어리를 형성하듯, 흔적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듯, 작업은 보이지 않는 감각들을 어루만지며 흐른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흩어지고 겹쳐지는 결 속에서 미묘하게 연결된 흔적들이 보인다.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희미한 듯 보이지만 분명하다. 투명하게 겹쳐진 표면, 균열과 틈을 따라 드러나는 구조, 그리고 사라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 과정을 보여준다.
나의 작업은 여려 겹의 레이어를 쌓아 표면을 위장하지만, 결국 겹겹이 쌓여진 레이어는 감춰지지 않은 채 그 자체로 드러난다는 점이 작업의 본질이 된다. 위장은 보호와 동시에 흔적을 남기고, 겹쳐진 층들은 지워지지 않은 채 또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사라진 것들은 형태를 달리하며 여전히 영향을 주고, 무의미해 보였던 요소들이 엮이며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이룬다.
위장을 단순한 은폐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지는 장소로 해석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변형되어 남겨진 요소들과 엮이며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간다. 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질문이 생겨난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워지고 덮인 흔적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다시 떠오르는 형태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2025, 김세이 -
Kim Sei
작가약력
단체전
2024, 2024아트성수 헬로, 오락실, 헬로우뮤지엄Hellomuseum, 서울
2024, PUT ON MUTE, Space uoon, 판교
2024, 나무들 비탈에 서다, 트라이보울, 인천
2024, 보이는 보이지않는 생성되어지는, 무우수갤러리, 서울
2023, 쫌쫌따리展, 갤러리 에아 Gallery EA, 서울
2023, CREATIVE REACTION, A BUNKER Gallery, 서울
2023, All at Once, Gallery PaL, 서울
작품
위장(僞裝)과 캔슬링_22 — nylon,gel medium, acrylic on canvas, 53x54.5cm, 2023
위장(僞裝)과 캔슬링_15 — gel medium, acrylic on pannel, 65.1x53cm, 2023
위장(僞裝)과 캔슬링_23 — nylon,gel medium, acrylic on canvas, 53x54.5cm, 2023
위장(僞裝)과 캔슬링_chain1 — mixed media, 53x54.5cm,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