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부된 개체들 2
73x60cm_acrylic on canvas_2024

Cub& cuboid
30x40x20cm_Print on acrylic board_2021


공간 해부는 공간을 좀 더 미시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원자와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들은 무수한 상호작용으로 어떤 단위를 형태를 구성하고 또한 그 단위들은 여러가지 factor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여러가지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공간을 해부한다는 것은 그러한 특정 factor에따라 변화되는 단의들을 그려내거나 설치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 세계는 나무, 꽃, 산, 바다와 같은 도상들의 나열이 아니라 특정 요인들에 의한 단위들의 순간적 연결이다. 이런 여러가지 형태들을 파악해 나가다 보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들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이것을 레고처럼 모듈화 시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공간을 해부한다는 것 혹은 세계의 본질에 접근한다는 것에 대하여
권정아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공간 해부도’라고 하였다. 그런데 ‘해부도’라는 것은 생명체의 내부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낸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생명체가 아닌 공간의 해부도를 그려내고자 한다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작가가 공간의 내적 구조에 대해 작업하고자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주제어를 선택할 때 특별히 이러한 표현을 하게 된 것에는 아마도 작가 나름의 작업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예술가 중에는 해부도를 즐겨 그렸던 작가는 많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일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해부도를 자주 그렸던 이유는 단순히 인체에 대한 묘사력만을 키우기 위한 수단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 자체를 심도 있게 탐구하기 위하여 인체의 모든 것들을 세밀하게 그려냈던 것을 볼 수 있다.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의 토대가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권정아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공간 해부도’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은 작가가 공간에 대해 또는 세계에 대해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자 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일부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즉 권정아 작가가 해부라는 개념과 시각으로 공간을 그려내는 작업을 하려 했던 것은 결국 어떤 특정 공간의 외적 형태 등과 같이 대상 외부에 드러나 있는 현상적인 측면이 아니라 공간으로 지칭될 수 있는 세계의 내적 구조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작가가 특별히 의도했던 바는 단지 공간의 외적 구조나 내적 구조에 대해 단지 관찰하고 묘사하는 수준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작가가 공간의 구조를 그려내려 했다는 것의 심층적인 의미는 ‘공간’이라는 말로 밖에 다른 말로 표시하기 어려운 이 세계의 외부나 내부의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를 통해 이 세계의 본질적 측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더욱 알아가고자 했던 것은 그 공간이라는 이 세계의 구조적 측면뿐만 아니라 이 공간적 구조와 마주하며 상호작용하게 되는 감각 주체 혹은 사유 주체에 대한 문제, 즉 존재론적 고민이 그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들이 세계의 본질에 대해 알아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공간에 대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구조인 “원자와 분자”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상호작용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그의 작업 속으로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라고 본다.
작가는 그 무수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구조이자 원인이 되는 요소들에 대해 추적하는 작업을 해 오면서 결과적으로 이 세계로부터 감지할 수 있는 것의 실체는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 인지되는 각각의 현상들뿐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직관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작가가 그러한 상호작용 속 단위 요소들의 순간적 연결 혹은 변화 자체를 표현해 놓으려 한 것으로 보이는 작업들이 관찰되고 있는 것 같다. 흐르는 물을 움켜쥐려 해도 잡을 수 없듯이 작가는 변화하는 시공간 속에서 눈앞에 드러나 있는 일시적 현상만을 포착해내는 것은 세계의 본질을 담아내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 역시 어느 한 순간이 아니라 본질적 공간을 표현하려 해왔었고 이를 위해 4차원적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 4차원의 전개도를 표현해야 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3차원적 존재로서 4차원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3차원 공간 안에 투명한 도형의 정사면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도형을 모듈화하여 연결하는 작업을 생각해내고 도형들의 표면 위에 드로잉적 작업들을 담아냄으로써, 그리고 사건의 공간들을 연결하거나 축적해내고 그곳에 표시된 드로잉적 사건들의 외피와 내피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겹쳐진 공간을 드러냄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의 본질적 영역에 근접해 보고자 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권정아 작가의 공간에 대한 해부, 세계에 대한 해부 작업이 보여주려는 했던 바는 바로 이 초월적 경험의 지점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권정아Kwon Jung Ah
작가약력
개인전
작품
해부된 개체들 2 — 73x60cm_acrylic on canvas_2024
해부된 개체들 1 — 73x60cm_acrylic on canvas_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