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메아리 - 잃어버린 생명의 서곡 Silent Echoes - The Prelude to Lost Lives

이은미 Lee, eun-mi Solo Exhibition

전시제목
고요한 메아리 - 잃어버린 생명의 서곡
전시작가
이은미
전시일정
2025.02.18~02.23
공간주소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2F
전화번호
02-3663-7537
고요한 메아리 - 잃어버린 생명의 서곡 Silent Echoes - The Prelude to Lost Lives
북극곰(Polar Bear) 냉혹한 연대의 감각
(The Sense of Frigid Solidarity)
72.7x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기린(Giraffe) 높은 시선의 대화

(Dialogue from a Heightened Gaze)

72.7x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판다(Panda) 사라지는 숲, 희미해지는 고요
(The Vanishing Forest, The Fading Tranquility)
72.7x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백호(White Tiger) 눈속의 불꽃
(Flame in the Snow)
53.0.7x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존재 혹은 존재의 조건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하여

“고요한 메아리 - 잃어버린 생명의 서곡”이라는 다소 무게 있는 주제로 시작되는 이은미 작가의 이번 전시는 전시명에서 오는 무게감과는 달리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동물들을 마치 초상 사진을 찍는 것처럼 앞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으로 화면 중앙에 배치시켜 동물들의 세밀한 표정을 그려낸 여러 회화 작업들을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작가는 이 동물들의 초상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생태적 위기의 상징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며 그들의 고요한 시선을 담아냄으로써 관객과 감각적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시장에 동물에 대한 설명과 작가의 언급을 함께 배치시킨 것을 보면 작가에게 있어 이 동물들의 초상은 눈길이 가는 동물들의 이미지를 단지 어떤 미적 맥락에서 표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생태적 위기를 맞이한 동물들의 현재를 초상 형식을 빌어 그려내고 그들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를 통해 작업을 감상하는 관객들이 그 대상에 대해 여러 층위에서 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도록 만든다.

작가노트에서도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공존과 재생의 가능성에 대해 상상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를 원한다는 점에 대해 밝히고 있는데 이를 보면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이란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한 프로세스이자 공존의 관계를 모색하는 실천적 행위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이 흔히 미학이나 존재론과 같은 철학적 범주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었다면, 이에 반해 작가는 생태적 위기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 시대의 경우 예술가의 실천적 태도가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에게 있어 이 일련의 작업 행위로서 예술적 실천이라는 것은 존재가 존재로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드는 컨텍스트, 즉 연결된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자연이라는 외부 세계, 즉 타자를 대상화하여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위치에서 떠나 초상의 형식을 빌어 정면으로 응시하며 대면하며 새롭게 관계하며 이를 경험하는 일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태도는 존재론 혹은 인간 존재의 문제를 타자와의 관계에서 바라보면서 윤리적 책임과 타자의 중요성의 문제로 심화시켰던 엠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를 연상시킨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Face of the others)을 마주할 때 타자는 나와 다르지만 고유한 존재인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고 주체라는 것은 타자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얼굴에 응답하는 구조에서 연결되어 있다”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레비나스에게 있어서 타자의 얼굴을 직면하는 것은 타자의 고통과 필요를 인식하는 것이며 윤리적 책임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레비나스가 말하는 윤리적 책임이란 개인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던 것이기에 이것은 인간존재의 핵심이자 행동을 요청하는 근거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은미 작가 역시 이와 유사한 어법의 작업을 통해 멸종이 예고된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고 존재들의 얼굴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험, 타자로만 인식해왔던 것들을 보고 만지고 연결하는 경험을 제시함으로써 존재한다는 것의 근본적 의미와 함께 그 실천적 행위 가능성까지 묻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을 보면 텍스트의 의미와 가치는 컨텍스트와의 관계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듯이 인간이라는 텍스트가 어떤 유의미한 존재로 읽혀질 수 있는 근거는 자연 환경과 같은 컨텍스트와의 관계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작가는 어느 순간 직시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가는 그 관계에 참여하여 유의미한 것들을 만들어갈 것을 그의 작업을 통해 촉구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는 환경 파괴와 생태학적 위기에 대해 수많은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멸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도 본다. 그래서 작가는 주체 외부에 있는 타자의 세계 혹은 수단적 대상이라고 보았던 자연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주체와 연결되어 있는 세계였다고 보고 타자의 고통은 주체의 고통이고 타자의 멸절이 주체의 멸절이라는 것을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의 얼굴을 직면하는 경험을 제시하는 작업을 통해 발언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가는 특별히 인간이 자연이라는 거울로서의 타자를 잃게 된다면 존재의 의미만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작가는 타자가 없다면 의미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소멸됨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존재자로서 행위와 행동을 촉구하는 작업을 발언하듯 제시하고자 것 같다. 그런데 작가에게는 그 바로 그 행동과 행위가 존재자로서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작가는 존재에 대한 고요한 메아리, 생명의 서곡을 바로 이 지점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승훈 (미술비평)  

고요한 메아리 -잃어버린 생명의 서곡
“우리는 침묵 속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며,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고요한 메아리’는 단순히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초상을 그리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 전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얽힌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멸종이라는 생태적 위기를 통해 현대 문명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는 단순한 상실의 회고를 넘어, 우리가 잃어가는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이를 재구성할 가능성을 제안하는 과정입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침묵이 있습니다. 이 침묵은 단순한 고요함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하고, 잃어버린 것들의 무게를 체감하게 하는 강렬한 상징입니다. 작품 속 동물들은 단색 배경 위에서 관객과 고요히 마주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이 침묵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으며,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이 침묵은 결핍의 공간이 아니라, 관객이 상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작품의 배경에 사용된 돌가루는 단순한 물질을 넘어 파괴된 서식지와 자연의 흔적을 물리적으로 구현합니다. 돌가루의 거친 질감은 손끝으로 상실의 무게를 전달하며,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 개념처럼, 인간과 자연의 상호 연결성을 환기시킵니다. 이 재료는 생태적 상실을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닌,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직면해야 할 문제로 재현합니다.
동물들의 초상은 단순한 재현이 아닙니다. 북극곰, 판다, 고릴라, 수달, 바다거북, 알바트로스, 물범 등 각각의 동물들은 특정 생태적 위기를 상징하며, 그들의 고요한 시선은 관객과 강렬한 감각적 대화를 시작합니다.
북극곰은 빙하 감소와 기후 변화를 경고합니다.
판다는 서식지 감소와 숲의 파괴를 상징합니다.
고릴라는 밀렵과 인간 활동으로 인한 서식지 황폐화를 나타냅니다.
수달은 수질 오염과 먹이 사슬의 붕괴를 보여줍니다.
바다거북은 해양 오염과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생태적 위기를 대변합니다.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과 인간의 폐기물로 고통받는 해양 생태계를 상징합니다.
물범은 해양 온도 상승과 서식지의 손실을 통해 변화하는 자연의 위기를 전달합니다.
이 동물들의 시선은 관조적이면서도 도전적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관객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상실을 직시하고 행동을 통해 이를 극복하도록 요구합니다.
단색 배경은 단순한 미적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침묵과 상실을 상징하는 동시에,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질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니콜라 부리오의 관계적 미학 개념에 따라 관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됩니다.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생태적 상실을 메우는 능동적 존재로 초대됩니다.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형성되는 이 감각적 대화는, 관객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어 생태적 상실과 재생의 가능성을 재구성하도록 만듭니다.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상실을 애도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돌가루의 물질성과 단색 배경, 동물들의 시선은 관객에게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대화를 통해 상실의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침묵은 단순한 고요가 아니라, 다시 연결될 가능성을 품은 역동적 공간으로 작용하며, 관객이 새로운 결심을 하도록 이끕니다.
이 전시는 관객이 정서적 공감을 넘어 실천적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합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멸종 위기 동물 보호 활동에 참여하며,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작은 행동들이 이에 포함됩니다. 전시와 연계된 참여형 활동으로, 전시에서는 작가가 준비한 돌가루를 관객이 직접 만지고, 그 위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참여형 활동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은 관객이 돌가루를 통해 생태적 상실의 흔적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고,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체화하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의 역할을 넘어, 전시 공간에서 생태적 결핍을 메우는 능동적 존재로 참여하며, 작품의 일부가 되어 전시의 의미를 완성하게 됩니다.
‘고요한 메아리’는 침묵 속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전시는 공존과 재생의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관객을 초대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작품과 관객 사이의 감각적 대화는 단순한 상실의 회고를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초대장입니다.
“이 침묵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까?”
2025. 이은미

이은미  Lee eunmi

現) 삼육대학교 창의융합대학 아트앤디자인학과 부교수
RMIT 대학교 Fine Art : Painting 졸업(BA), 멜버른, 호주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MFA), 서울
숭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박사과정 졸업(Ph.D), 서울
개인전 & 아트페어(군집 개인전)
2024  Solo Exhibition, Artspace H, 서울
2021  Solo Exhibition, 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2020  MANIF 뉴시스 온라인 아트페어(군집 개인전), 케이아트파크, 온라인
2019  MANIF서울국제아트페어(군집 개인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2  Solo Exhibition, Gallery Kami, 경기도

작가약력

단체전

2024  ‘윤슬’, 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2023  ‘블루밍’, 노원문화재단 삼육대학교 협업 전시, 경춘선숲길 갤러리, 서울(전시기획 및 참여)
2021  2021 10TH BAMA 제10회 부산국제화랑 아트페어, 부산벡스코(BEXCO)제1전시장 2&3홀,부산
2020  ART & LIFE, KSBDA International Special Exhibition,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5  한국기초조형학회 추계 초대작품전, ‘기초조형과 생활문화, 숙명여자대학교, 서울
2013  Group Exhibition of RMIT University, RMIT University-city campus, 호주 
           “Art, Peace yeolchida ‘(‘평화를 열치다!’), 경희대학교, 서울
            THE 47TH KOREAN FINE ASSOCIATION EXHIBITION,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GYEONGGI LOCAL ARTIST INVITATION 2013, ‘The FIRST’, 성남아트 홀, 경기도
2012  第3回 Contemporary Art in Korea Selection 2012, GINZA ARTHALL, 일본
           The Exhibition of Korea Art Association in seongnam Branch, 성남아트 홀, 경기도

작품

  • 북극곰(Polar Bear) 냉혹한 연대의 감각

  • 기린(Giraffe) 높은 시선의 대화

  • 판다(Panda) 사라지는 숲, 희미해지는 고요

  • 백호(White Tiger) 눈속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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