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 빛나는 것
철수세미와 쇠링, 2025 설치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5
종이보드에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18cm 원형, 2025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4
종이보드에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18cm 원형, 2025

맥박1
나무에 아크릴 조각, 25cm 원형, 2025

어둠 속 빛의 흔적 2
나무에 아크릴, 50cm 원형, 2025

어둠 속 빛의 흔적 1
나무에 아크릴, 50cm 원형, 2025
작가 노트
우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느낀다.
그러나 만약 그 오감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객관적이지 않다면? 불완전하다면? 완벽하지 않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세상은 모두 다 다르게 느껴지고, 보여지고,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거울은 무심히 비출 뿐이다.
허무한 행동처럼 보였던 내 시선은 그 틈 사이에서 빛을 찾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인간은 태생부터 감각의 세계에 갇힌 존재다.
동굴 안에서 우리는 그림자만을 실재로 믿고 살아가며, 그 너머의 세계, 이데아의 빛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그 실재는 정말 존재하는가?”
꿈과 현실의 경계조차 흐릿한 세계에서, 진리란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작업은 ‘빛을 향한 갈망’과 ‘실재에 대한 의심’ 사이의 긴장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사회, 제도, 틀, 형식, 역할 등 우리를 감싸고 있는 어떤 단단한 것들을 철수세미, 사슬, 고리 등의 소재를 통해 표현하기도 하며, 인공광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통해,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언제나 그 안에서의 희망과 빛을 함께 찾고자 하는 의지를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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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들이 굳게 생각하고 있었던 단단한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곳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그 시도를 통해 완벽함에 대한 반기와 불완전함을 인지하며 그 깨어진 틈에서 새로운 것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겪으며 삶에 대한 재인식을 하고 인간과 나에 대해 알아보는 것, 구멍들을 키워서 모조리 깨부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 속에서 보던 단단한 세계가 구멍이 나서 작은 틈이 생기고, 그 틈새로 처음 보는 빛이 들어오며 완벽이라 믿고 전부라 믿었던 세상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그 틈을 키우고 점점 큰 구멍을 내어보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새 처럼…
그 의심으로 가득 찬 시도는 막연한 세상 속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내 작은 맥박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서 빛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관찰자의 위치 혹은 존재의 조건으로서 틈과 사이 공간에 대하여
유일리 작가의 이번 전시의 주제는 “틈 사이… 빛”이다. 작가는 주제에서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빛을 찾고자 한다”라는 말을 선언적으로 앞세우고 있는 것을 그의 작가노트를 통해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선언적 문구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제의식은 ‘빛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빛을 제대로 감각하는 것,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인식체계’나 ‘인간에게 감각된 그 빛이 실재하는 것’인가와 같은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의문을 문제 의식의 중심에 놓고 있음을 그의 작가노트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각은 인간이 외부 세계를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인간의 오감과 같은 경로를 통해 얻게 되는 감각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에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차용하여 “인간이 태생부터 감각세계에 갇힌 존재”라는 작가의 관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가의 관점에서는 동굴 안에서 그림자와 반사된 빛만을 감각할 수 있는 인간이 원형으로서의 광원의 빛, 이데아의 빛과 그 세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통해 인식된 것들을 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게 되는 현재의 인간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일 수 있음을 각성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가는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주목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게 되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인간 사회의 제도나 틀, 그리고 형식화된 역할 등을 그 예로 들면서 이처럼 굳게 믿고 있었던 것들이 본질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점차 완벽함으로 다가왔던 것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균열을 가하여 틈새와 사이 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빛을 찾고자 하였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작업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가 작가노트에서 알 속에서 보던 단단한 세계와 구멍이 나서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처음 보는 빛을 대비시키고 있는 것은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의 작업에서 토대가 되어왔던 세계관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작가는 기존의 어떠한 감각적 정보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기존 질서 깨뜨리고 틈새를 만들어서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이 상황을 직시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알 속의 어두움과 빛의 대비 속에서 이제 틈새와 사이라는 것은 어두움과 빛의 경계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적으로 그 틈새를 만들고 사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있을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자들은 빛이나 전자는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갖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때 관찰자 효과, 즉 빛이나 전자를 관찰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선택은 파동상태로 유지되느냐, 입자로 변환되느냐와 그대로 연결된다는 것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관찰하는 행위가 개입되어 가시적인 입자의 상태로 되기 이전의 파동 상태라는 것은 플라톤의 동굴 속이나 소설 데미안의 알 속 상황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데아를 직관하는 것은 인간 한계일 수 있지만 이것은 동시에 관찰하려는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물론 유일리 작가의 작업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데아 그 자체이거나 빛의 본질 그 자체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의지적으로 그려낸 틈새나 만들어낸 사이공간은 그것을 만들어낸 이유와 함께, 이와 같은 기표와 이 기표가 지시하게 되는 것의 관계 속에서만 그것의 의미와 역할 대해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 될 뿐이다. 작업에서 보여주는 상황은 세계를, 대상을 관찰하려 하는 관찰자의 선택적 행위가 드러나 있는 현장이며 증거인 것인데, 이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작가가 빛을 보고자 하는 의지적 선택과 행위가 이데아에 대하여, 그리고 빛의 본질에 대하여 사유해 보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지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유일리 작가의 작업은 무엇이 파동이고 무엇이 입자인지, 무엇이 어둠이고 무엇이 빛인지에 알게 되는 것은 감각의 대상보다는 감각의 조건이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실재라고 믿었던 그 어떤 것도 이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지점에서는 작가가 ‘빛을 향한 갈망’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눈을 떠서 바라보고자 하는 관찰자의 의지와 선택이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눈을 뜨는 행위는 기존의 제도나 틀, 형식이나 역할과 같은 단단한 것들을 부수고 균열을 만들어 틈새와 사이 공간을 만드는 실천적 행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설치 작업과 평면 작업을 통해 그러한 행위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작가가 말하는 맥박 소리라는 것은 관찰자로서 위치하고 있는 작가의 존재적 위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도 확인하기 어려운 곳, 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 것 취약함을 발견하게 된 지점에서 관찰자로 위치하여 메타적 차원에서 자기 인식을 함으로써 그로부터 감각에 대하여, 그리고 지각하여 인지하는 것들에 대하여 새롭게 사유를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래부터 인간은 이처럼 무엇도 알 수 없는 미지의 틈과 사이 공간에 위치에 존재해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균열을 만들고 틈과 사이 공간을 만들어 눈을 뜨는 것, 진리의 빛을 발견하는 것은 그 균열을 만들어내는 행위, 관찰자로서 눈을 뜨는 행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수많은 균열의 흔적을 남겨놓으며 그 사이 공간을 관객들에게도 열어 보이고자 하는 것 같다.
이승훈 (미술비평)
유 일 리 (유혜현) YU ILLY
작가약력
학력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경희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서양화,한국화전공)
개인전
2025 ‘Light… Between’ 展(갤러리 너트)
2023 ‘저 너머 빛으로…‘展(갤러리 더 플로우)
2021 ‘DOT…’ 展(아트스페이스 이색)
2020 ‘불완전함 너머로'展(갤러리 도스 본관)
단체전
2025 ‘BETWEEN AND FLOW’ 展(갤러리 칠)
2024~2025 ‘REUNION’ 展 (리각미술관)
2024 ‘봄, 바람’ 展(8STREET 갤러리)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展(역삼동 문화센터 갤러리)
2017 이후 展(갤러리 라메르)
2017 의정부 아트페스티벌 展(의정부 예술의 전당)
2016 경희대학 50주년 기념 展(경희대학 KUMA미술관)
작품
사실은 빛나는 것 — 철수세미와 쇠링, 2025 설치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5 — 종이보드에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18cm 원형, 202 5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4 — 종이보드에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18cm 원형, 2025
맥박1 — 나무에 아크릴 조각, 25cm 원형, 2025
어둠 속 빛의 흔적 2 — 나무에 아크릴, 50cm 원형, 202 5
어둠 속 빛의 흔적 1 — 나무에 아크릴, 50cm 원형,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