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잊고
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4


의자라는 상징적 기표로부터 질문하는 삶의 여정에 대하여
김정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을 통찰하는 가운데 삶의 순간순간들이 자아를 대면하는 과정이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를 자신의 작업 안에서 상징적 이미지들로 구현해낸 여러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이 작업들이 한 해를 되돌아보는 하나의 고백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의 작가노트를 보면 작가는 자신이 관계하고 상호작용 해왔던 모든 것들, 즉 타자와 소통해왔던 시간으로부터 타자의 평가나 그 내용들을 회고하고 돌아보는 과정이 이러한 사유와 작업을 하게 된 계기였음을 말하고 있다. 작가에게는 진실과 거짓, 우연과 필연과 같은 대립적 영역의 경계에서 그 경계 너머로 순환되고 변환되는 일을 경험하는 것, 즉 일견 모순적 상황으로 보이는 일들을 경험하는 것이 눈 앞의 현실이었기에 작가의 시선은 외부보다는 오히려 내면을 향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작가가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고자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의자’ 와 같은 외부의 특별한 상징물로 대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자’와 같은 상징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 역시 눈여겨보게 된다. 물론 의자라는 사물이 상징하는 바는 다양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작가는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제공하는 장소로서 의자라는 사물의 도구적 의미보다는 직위나 위치와 같은 사회적 맥락의 의미에 더 비중을 두고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은 타자와의 개별적 상호작용, 개별적 사건들이 누적되는 가운데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라깡은 인간이 상호작용할 때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자의 언어이기에 인간의 무의식은 결국 타자의 담론임을 정의한 바 있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정의하고 자신이 욕망하였던 것은 사실 타자의 언어에 의한 것이며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였던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작가는 의자라는 상징물을 통해 사회 혹은 언어에 의해 정의되고 자리 매김 되어버린 모순적 상황에서 인간의 사회적 의미와 함께 이곳에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갖는 의미에 대해 더 깊은 질문을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말해 작가가 삶 속에서 경험하는 상황들이 작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것들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이 타자와의 언어, 타자의 욕망이 개입된 것들임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근본적 차원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고 결국은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질문들밖에 할 수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타자와 주체 사이의 순환되고 변환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가운데 어떠한 답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을 그대로 직면하고자 하고 단지 상징적 표상을 제시하는 가운데 여기에 비춰진 쉼 없는 질문과 같은 여정을 지속해 나가려 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 역시 그러한 질문들을 쏟아놓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여정의 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승훈 (미술비평)
김정희 Kim, Jung-Hee
작가약력
개인전
단체전
작품
희로애락(喜怒哀樂) — 60.6x60.6cm_장지에 믹스미디어_2024
과거를 잊고 — 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4
이성과감성 — 30x42cm_장지에채색_2024
수구초심(首丘初心) — 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