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WITH OBJECTS

사랑은영원히풀리지않는다
oil on canvas, 194.0x130.3cm, 2022

Across the universe
oil on canvas, 162.2x112.0cm, 2019

신호등
oil on canvas, 72.7x53.0cm, 2019
감각적 기억으로부터 불러오는 이미지 혹은 놀이의 담론으로 승화된 상호작용과 그 의미에 대하여
강덕희 작가의 작업에서 눈에 들어오는 특징적인 점 중 하나는 작가가 무엇인가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운 사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적인 점은 작가가 이 사물들을 자신의 회화 작업에서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까지 작가가 그려낸 사물들을 하나씩 나열해 보면 그 종류는 다양한데, 그 예를 들어보면 주사위나 구슬과 같은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놀이 기구가 있는가 하면, 남산과 같은 특정 장소에 가게 되었을 때 발견하게 되는 사랑의 열쇠나 볼트 너트와 같은 상징성이 담겨 있는 사물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외에도 과자나 각설탕처럼 다양한 느낌을 전해주는 다른 사물들도 있는데 이 모든 사물들의 공통적인 점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면서 기억 속에 오랫동안 짙은 감각적 경험으로 남아 있는 사물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그려낸 사물들을 보면 단지 언젠가 눈에 들어왔던 일상 속 풍경처럼 시각적 기억에 한정된 사물들이라기 보다는 어린 시절 놀이를 할 때 손으로 만지거나 특정 행위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감각할 때 느끼게 되었던 사물에 대한 기억, 다시 말해 시각적 기억과 촉각적 기억이 결합된 방식으로 남아 있는 사물들에 대한 감각 기억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더욱 짙은 기억 속 잔영으로 뇌리에 남아있는 특별한 감각들이 이미지로 대체되어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는 것 같은데 이와 같이 시각과 촉각이 결합된 감각방식으로 작가는 아마도 세상과 상호작용하였었고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사물에 대해 감각했던 기억들로부터 세상에 대해, 그리고 타자에 대해 점차 알아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가는 기억 속 사물을 그릴 때 특별히 어떤 특정 사물 하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면 전체에 사물을 반복적으로 가득 채우게 된 것은 작가가 단순히 사물에 대한 기억을 이미지로 그려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기억 속 사물 혹은 사물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사물과 작용, 반작용하는 실제적 행위 가운데 상호작용하였던 사물과의 관계 자체를 그려내고자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캔버스나 물감을 다루는 방식이나 행위에서도 그대로 연장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호작용에 대해 ‘놀이’라고 지칭하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작가는 단지 어린 시절 놀이를 할 때 사용했던 기억 속 이미지만을 그려내지 않았고 놀이를 하며 감각하게 되었던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 기억 전체로부터 작업을 해나가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없이 반복되는 이미지의 나열과 함께 이로부터 감각과 기억의 반복적 ‘불러오기’가 이루어질 때 이 예술 작업을 통해 만들어내게 되는 또 다른 차원의 ‘놀이’이자 상호작용의 경험들을 작가는 자신의 화면 안에 축적해내고 이를 자신의 작업으로 가져오고자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에게는 작업 행위 자체가 놀이이자 게임이며 이는 작업 과정에서 수행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경험으로서의 예술 창작 과정 자체가 작가에게는 예술행위일 뿐만 아니라 세계와 관계하는 존재자로서 존재 자체를 규명해내는 하나의 프로세스가 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덕희 작가의 작업이 흥미로운 시각적 자극을 주는 이미지들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작가의 작업은 시각성, 촉각성과 같은 감각작용을 근거로 한 작업이기에 이로부터 유추될 수 있는 미학적 담론으로 시선을 가져가도록 만들었는데 작가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 기억을 반복적으로 재현해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반복행위가 지속되는 지점에 의도적으로 주목하면서 실존적 자각이라는 철학적 담론까지 작업에 대한 시선을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만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작가는 시각적 차원을 넘어 이 두 가지 담론이 교차하는 양가적 지점에서 작업을 진행해 오고자 했고 이를 실천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일련의 작업이 ‘놀이’의 담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면서 결국 인간이 본질적으로 타자 혹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로부터 상호작용하는 것 그 자체가 존재를 규명하는 근거이자,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토대이며, 예술적 창작과 생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작업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작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미지, 다시 말해 수많은 감각의 기억과 그것의 편린들을 수없이 되뇌면서 인간을, 세계를, 그리고 예술을 사유하고 감각하는 장을 작업 가운데 일궈가는 것과 동시에 그곳에서 상호작용하게 되는 놀이를 이제 타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좀 더 확장적으로 이어가기 위하여 그 장을 전시라는 차원으로 바꾸어서 이를 관객들에게도 펼쳐 보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미술비평)
어린시절 꽃밭에서 벌과 나비를 쫓아 다니고, 개미를 관찰하며 놀곤 했다. 한참 놀이에 빠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시간은 정지되고, 작은 꽃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만화경 같은 세상이 한가득 펼쳐졌다. 그리고 지금, 하얀 각설탕 더미를 바라보며 문득 잊혀졌던 어린시절을 기억해 낸다. 푸르스트의 홍차와 마들렌 감각이 기억을 떠올리듯, 시각적 감각으로 그때를 기억한다
우리는 사물에 둘러싸여있다. 사물에는 많은 현상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개인을 나타낼 수도 있고 특정한 문화나 사회를 대표할 수도 있다. 개인은 이러한 사물을 타자로서 대상화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사물은 현대 미술의 중요한 제재가 되기도 하며 동시대성을 담아내기도 한다. 구슬, 스마일, 사랑의 열쇠 등은 대량 복제 생산된 작은사물이다. 작품에 드러난 작은사물의 반복이미지는 과잉 소비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실재에 대한 초과실재이미지로 현 사회를 반영한다.
기념품, 기호품, 공산품 등 대량생산되는 작고 평범한 일상용품을 다량 수집, 구성하여 재현한다. 일련의 작업은 반복과 차이를 나타내는 독특하고 경쾌한 놀이이다. 단순하고 아름답고 친숙한 대상에 이끌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맥락이다. 보는 사람에게 예기치 못한 시각적 즐거움과 사물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내재한 의미를 키워드로 제시하려고 한다. 재현된 사물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놀이일 수 있다.
2024. 강덕희
강덕희KANG DUK HEE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작가약력
개인전
2024 갤러리 더플럭스 선정작가 개인전
2023 서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 창작기획 개인전
단체전
2023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AQUA-C • JAM • Le passage 연합전
外 다수
작품
사랑은영원히풀리지않는다 — oil on canvas, 194.0x130.3cm, 2022
Across the universe — oil on canvas, 162.2x112.0cm, 2019
신호등 — oil on canvas, 72.7x53.0cm,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