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혹은 생명 그리고 그 원천이 되는 조건들에 대하여
오명주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고 하였다. 이 문구는 성경 구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성경에서는 시냇가는 항상 물이 흐르는 곳이고 나무와 같은 생물이 생명력 있게 자랄 수 있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가는 대칭적이거나 자유로운 선과 점을 쌓아 올려가며 나무를 그리면서 또 한편 그곳에 생명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여느 작가들처럼 단지 초록색과 태양빛이 가득한 가시적 생명의 현상만을 그려내는 것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색이나 빛의 양을 최대한 절제하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단지 생명의 흔적만을 남겨 놓으려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방식의 회화 작품들을 그려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나무 자체만을 그려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는 작가가 생명의 현상적 측면보다는 생명의 근거 혹은 조건과 같은 지점에 시선을 가져가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사실 작가가 그려낸 작업들은 추상적 요소와 함께 나무의 형상이 유추되는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를 보면 작가는 작업 내에 어떤 질서나 원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과 동시에 생명력 있는 존재 이면 있음직한 어떤 에너지가 표출될 수 있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와 같은 나무의 형상에 가까운 여러 이미지들을 그려내면서도 그곳에 생명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요소들을 함께 그려냄으로써 나무라는 대상만이 아니라 그 대상에 생명력을 공급하는 원천이나 원리, 그리고 그 생명 현상에 내재된 신비로움까지 함께 표현하고자 했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기 나무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을 그려내면서 그곳에 나무 이상의 것들을 담아내고자 했다는 점은 그의 작업을 다층적으로 읽어가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를 들면 작가가 그려낸 이미지는 나무의 형상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여기에는 나무라는 생명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의 이미지 혹은 물의 속성이 겹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특이점이 있다. 그러므로 황마 천 위에 먹으로 그려낸 선들은 천의 속성 때문에 거칠어 보이기도 하지만 먹이 스며들면서 여기에는 거칠기도 하고 스며들기도 하여 표출된 미묘한 격차가 함께 느껴지는 양가적 감각이 함께 다가오는 상황이 드러나 있는 것은 그 한 예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거친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생명의 원천은 물에 있는 것이기에 나무를 그려내면서도 물과 같은 요소의 상징적인 힘을 작업 안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나무를 그리고 물의 느낌들을 그려냄으로써 생명을 그려내고 생명에 내재된 신비까지 그려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에게는 현대인들이 혼돈과 무질서의 시대, 척박하고 마른 흙과 같은 대지 위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에 시냇물과 같은 생명의 원천이 필요로 한다고 보았던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평안과 쉼을 얻어 생명력 있게 살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황마 천처럼 거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먹물처럼 짙은 생명의 힘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생명은 스스로 자라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물이나 좋은 토양이 공급될 때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바라보게 되었고 인간 삶의 토대에 대해 통찰해가게 되면서 생명의 조건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나무를 그려도 나무의 외형을 아름답게 그려내기 보다는 그 형상의 본질과 원리까지 그려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근원적 요소들을 작업 안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무를 닮아 있는 작가의 작업은 작가에게는 삶이자 생명 그 자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제 전시를 통해 작가가 발견하게 된 그 삶과 생명에 대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이로부터 쉼을 얻고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50센치정방틀에 견고한 가지들로 채우다.
태초에 땅이 혼돈하며 공허할 때 하나님께서는 운행하시며 빛이 있으라 말씀하시메 빛이 있었고 궁창을 하늘과 땅으로 나뉘게 하시고 그 안에 만드신 식물, 동물, 인간을 두셨다.
그 공간은 천국이었다.
말씀으로 혼돈한 우주가 질서로 잡혔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흑암을 에덴동산으로 만들어 주셨다.
더 나아가 그 공간을 잘 다스리도록 처음 인간에게 권세도 주셨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완벽한 공간을 주셨듯 나도 그 마음으로 식물을 단순화시킨 선, 점을 통해 사각의 평면에 생명력 있는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나무를 관찰하다 보면 그 많은 가지를 뻗치고 영양 공급하기 위해서 매우 질서 있고 규칙성 있게 뻗어 나감을 발견하게 된다.
생명줄기가 일정한 간격과 공간을 두고 뻗어 나가서 꽉 차게 된다.
이 공간 안 생명들의 탄생과 성장은 말씀의 물 영양공급 덕분이다. (시1:3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혼돈과 무질서의 시대에 현대인들이 말씀의 시냇물을 흡수하고 꽃피고 열매 맺는 풍성한 가지처럼 차고 넘치는 평안과 쉼을 얻기를 바란다.
2024. 오명주
오명주 Oh Myung Joo
가천대학교 회화과 서양화과
개인전 7회
(성남 아트센터, 금보성 미술관 등)
단체전 40여회
(안젤리 미술관, 인사이트 프라자, 갤러리 808 등)
現) 한국미술협회, 하남미술협회, 경기여류화가회 회원
작품
시냇가에 심은 나무 — 50x50cm_황마 위에 먹_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