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감정의 물결
91x116.8cm_장지에 혼합재료_2024
91x116.8cm_장지에 혼합재료_2024

순간의 마주침
160x190cm_장지에 혼합재료_2023
160x190cm_장지에 혼합재료_2023

혼돈
45.5x53cm_장지에 혼합재료_2023
45.5x53cm_장지에 혼합재료_2023

투영 4
20.2x28.5cm_PVC에 스크래치_2023
20.2x28.5cm_PVC에 스크래치_2023
찰나와 물결, 감각과 인식의 장 혹은 인간이 실존하는 모순적 좌표에 대하여
안재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실존적 존재인 인간의 내면에 대해 깊이 통찰할 수 있는 여러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그의 작가
노트에서 모든 순간마다 선택을 하게 되는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 그 내면에는 필연적으로 ‘불안’이 피어나게 된다고 말하였다. 이와
함께 작가는 이 ‘불안’이 인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이를 토대로 하여 작업을 해오고 있음
에 대해서도 밝힌 바 있다. 흔히 이 불안(fear)이라는 것은 두려움(anxiety)과 대비시켜 이해되곤 하는데, 이는 두려움이 과거의 경험적
산물이라면 불안은 미래의 상상적 산물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보아도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인 모든 생명체 중에서 특별히 사유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는 과거의 경험에서 기인하는 두려움을 넘어 불확실한 미래 앞에 불안
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심리적 기제가 내면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간이 삶
속에서 선택 하는 행위에 대해 인식을 하고 이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 즉 자유 의지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이처럼 선택의 자유가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앞에 놓여진 미래는 항상 불투명할 수 밖에 없고 늘 명료한 것이 아니었기에 선택의 행위에는 불안의 정서가 따라올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인간의 내적 상황을 인용하여
안재은 작가는 검고 어두운 화면 속에 수없이 많은 선택의 몸짓들을 흔적으로 남겨 놓는 방식으로 선택 행위에 마치 접붙임 되어 있는 것
같은 인간 내면 속 불안의 정서를 표출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정서를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찰나, 감정의 물결”이라는 말로 풀어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가
‘찰나’라는 말을 사용하여 물결처럼 계속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던 작가의 이 정서에 연결시키게 된 이유는 아마도 작가가 느끼게 된 불안의 정서라는 것이 물결과 같은 어떤 흐름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것을 느끼고 인식한다는 것이 작가에게는 ‘찰나’
와 같은 순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고,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멈춰있는 평면 회화처럼 어떤 한 순간의 찰나적 시간
안에 박제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작가의 인식 창 안에 들어왔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가 그려낸 화면을 보면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보이지 않고 어두움 속에 불명확해 보이는 공간 가운데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자라나
거나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며, 미지의 어떤 깊음의 영역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 같은 느
낌이 새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추상 공간과 같은 어두운 평면 안에는 자세히 보면 자연의 형상, 즉 깊은 동굴이나
대지의 형상이 느껴지기도 하고 선인장이나 알 수 없는 식물의 이미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명료한 것은 거의 없고 단지 작은 흔적들로 가득한 세계이다.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 전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단면 안에 담겨 있는 흔적으로서 세계, 다시 말해
시공간에 대한 기표의 세계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 같은 실존적 존재로서 스스로 느끼게 되는 불안이라는 정서를
다루기 위해 화지 위에 혹은 PVC의 표면 위에 터치 하나하나를 남기는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작가적 선택 행위를 통해 존재와 세계의 단면일 수 있는 흔적들을 남기고, 이렇게 이를 기록하는 동시에 자신의 작업을 다시 인식해내는 과정에서 작가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되뇌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늘 따라오는 불안의 정서에 대해 흔적으로, 기표로 가둬놓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 이는 결코 가둬놓을 수
없다는 것만을 확인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가 제시한 찰나라는 것은 변화의 계기이자 변곡점을 알려줄 뿐 변화 전체는
아니었던 것이며 단지 변화를 경험하는 주체와 대상 사이의 상호작용이 지속되는 경험과 상상력이라는 연속적이지만 불연속적일 수도 있
으면서 어쩌면 모순적일 수 있는 일정한 맥락이 추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작가는 깨닫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찰나
와 물결이라는 서로 상반되고 모순적 구조일 수 있는 부분을 감정이라는 매개 지점을 통해 연결하여 인식하고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아마도 인간 실존의 한계적 상황을 경험하는 가운데 이와 같이 모순과 역설의 수사법과 같은 방식만이 심
연처럼 인간 내부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불안이라는 정서와 그것에 대한 인식의 순간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
고 이에 대해 그의 작업 가운데 실험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작업을 감상하는 이들과도 인간이라는 실존적 존재의 토대
가 삶의 저변에 물결처럼 은밀히 흐르고 있었을 불안의 정서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기 위해 이를 작업으로 표현하여 드러내면서 관객들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순간순간 인식해 볼 수 있도록 그 인식의 장에 대한 작업을 작가 스스로 수행적으로 그려내고
전시로 제시함으로써 이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작가노트
우리는 모든 순간에 선택을 한다.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관계하며 필연적으로 불안이 피어나게 된다. 불안은 두려움의 감정을 흔들지만, 자아의 내재되어 있는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매개이다. 불안 속 에서의 선택은 객체적인 존재가 되는 발전이기에 주체성을 찾아 나아가는 가능성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성장해 나가면서 실존하기 때문에 불안으로 고통을 받을지라도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닫지 않을까.
작가는 불안에 대한 작품표현을 함으로써 불안은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 자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인의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은 감정인 불안으로 인한 공허함과 괴로움의 시각화를 대면하여 스스로를 볼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을 주고 싶다. 떨칠 수 없는 불안의 감정 속에서 변화 와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작가는 불안이라는 깊고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며, 그 안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작업에서 먹을 주로 담고 있는데 담담하게 채워지는 먹의 느낌과 검은색에서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차분함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매력을 느껴 먹색을 기본으로 가진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 검은 먹색은 단순히 색상을 넘어서, 차분함과 불안 사이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감정의 물결 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감정은 순간의 찰나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것에 인한 변화의 가능성 또한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불꽃과 같은 찰나는 순간적이지만 그 순간의 잔상이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지속적으로 내면에 영향을 주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을까. 마치 검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작품 속에는 불안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숨어있다.
짧은 순간은 우리의 내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그 변화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결국에는 우리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깊숙이 스며든 것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작품을 통 해, 우리 내면의 나비 효과를 경험했으면 한다.
2024. 안재은
2024. 안재은
작가약력
안재은 An Jaeeun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2023 기획전 순간의 투영 (갤러리 모스, 서울)
2020 그 곳에서 (아트스페이스 이색, 서울)
2020 신진작가 창작지원공모 헤쳐 나아가는 (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단체전
2023 성신동양화회 (인사아트센터,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2023 기획전 순간의 투영 (갤러리 모스, 서울)
2020 그 곳에서 (아트스페이스 이색, 서울)
2020 신진작가 창작지원공모 헤쳐 나아가는 (서진아트스페이스, 서울) 단체전
2023 성신동양화회 (인사아트센터, 서울)
2021 ASYAAF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0 Artist Statement #5 (CICA Museum, 김포)
2020 신진작가공모 꿈과 마주치다 (갤러리 일호, 서울) 2019 416프로젝트 회전 (가온 전시실, 서울)
2018 연말소품전 (리홀아트갤러리, 서울) 2018 Show Case (SPACE B1, 서울)
2017 없음의 반복 (가온 전시실, 서울)
홈페이지: www.instagram.com/jen__art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