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봄은 칼날처럼 펼쳐진다 Spring opens like a blade there

백한구름

전시제목
그곳에서 봄은 칼날처럼 펼쳐진다
전시작가
백한구름
전시일정
2024.04.09~04.14
공간주소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2F
전화번호
02-3663-7537
No Image

작가약력

개인전

빨강과 보라의 바깥 Outside of Red and Violet
120x74x50cm_acrylic on wood panel_2023

이미 지나간 일 It has Already Passed
120x74x50cm_acrylic on wood panel_2023
대칭 Symmetry
oil on paper_29.7x42cm_2021
스테인리스 블레이드 Stainless Blade
70x35cm_letter punched steel_2023
문학적 언어와 시각적 이미지가 교차된 현전적 공간에 드러난 과거의 시간에 대하여


백한구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문학, 자연, 시간을 재료로 회화를 제작한다”라고 전제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다른 방법으로 회화하기를 시도하며 그동안 실천적으로 작업해온 여러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가 시도하는 독특한 방식의 작업이란 빨강과 보라처럼 가시광선 범위 경계 부분의 색들을 사용하여 눈에 보이는 세계를 그려내는 회화 작업을 하면서도 이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아내는 작업을 시도하는 것을 그 사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일상과 자연을 그려내는 작업을 하면서도 그곳에 상징적 이미지와 오브제를 개입시켜 시각적 감각과 사유의 영역에 빈틈을 마련하고자 하고 그곳으로부터 간과해왔던 부분 혹은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작가는 이 일련의 작업을 설명적인 방법보다는 상징적이고 감각적인 요소가 특징적인 사물과 이미지를 개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백색으로 전환된 무지개가 담긴 작업이나 녹슨 면도칼과 같은 작업일 것이다. 사실 무지개의 형상으로 보일지라도 단일한 색이라면 무지개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이며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라는 의미의 제목으로 제시된 녹슨 면도칼 오브제 작업은 논리적 모순이며 부조화, 부조리 상태의 역설적 상황만을 맞이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순과 역설을 토대로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작가가 처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경계부분일지라도 가시광선 범위 내의 색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을 보면 작가는 ‘역설’과 같은 특별한 수사법을 사용하는 것만이 물리적으로는 가능할 수 없는 불가능의 세계, 비가시적인 세계를 상상해 보도록 만들 수 있고 인식의 범주 안으로 가져오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지속적으로 역설적 화면과 입체물이 교차되는 독특한 공간을 제시하며 평면과 입체,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가운데 가시세계 너머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작가는 그 가시세계 너머의 범주에 자신이 경험해 온 예술과 문학이 위치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으며 공간과 함께 그 공간의 다른 차원인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그 결과 문학적인 서사와 예술적 담론, 텍스트와 이미지를 교차시켜 작업 가운데 등장시키거나 작업 프로세스를 시간적으로 분할하여 도해화 하고 회화와 오브제 공간을 그 시간성 위로 제시해 보이는 독자적인 전시 방식을 선보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평가를 빛의 성질에 비유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혹은 견해라는 것은 직선적이며 날카로운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작업에서 작가가 제시한 빛이나 면도칼만큼 예리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상과 상상의 영역을 가시영역으로 치환하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찰나적이고 날카로운 어떤 것, 즉 작가가 작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감각될 수 있는 직선적이며 예리한 어떤 이미지를 통해 현전적 시간으로 환원하고자 했음을 것을 보게 된다. 이는 아마도 작가에게 있어 기억 가운데 지나간 시간 속의 트라우마 등 내적 상처와 같은 부분은 가시화된 형상과 색으로 변환될 때, 그리고 언어나 문자처럼 기록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융해되고 치유될 수 있음을 작업을 해오는 가운데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작가적 경험에 대한 과정적 기록이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영역을 현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하나의 프로세스 기반의 프로젝트적 전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는 그래서 이제 이와 같은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비가시적 영역, 말이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글을 그리고 그림을 쓴다”라고 말하면서 이를 기록해내고자 하고 동시에 관객들과 함께 이를 공유하며 공감할 수 길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문학과 자연, 시간을 재료로 회화를 제작한다.

평가를 빛의 성질에 비유했다.
'그곳에서 봄은 칼날처럼 펼쳐진다.'*이 문장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직선으로 오는 빛은 칼날이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 '레인보우와 함께한 산 풍경Mountain Landscape with Rainbow(1809-10)' 속 무지개가 흰색의 얇고 날카로운 호 모양으로 표현된 모습을 봤다. 하얀 스펙트럼인 이 호를 참고해 흰빛의 무지개를 그렸다.

흰빛과 펼쳐진 칼날,
그 아래에는 유리컵이 있다. 유리컵의 물속에 면도날이 잠겨있다.
물에 의해 왜곡된 면도날과 굴절되어 보이는 면도날. 이 두 가지의 면도날은 모두 실제의 면도날이 아니다. 모든 건   빛의 각도 차이, 속도 변화 때문이다. 보이는 빛의 끝이자 보이지 않는 빛에 가장 가까운 빨강과 보라는 회화의 경계 끝에 위치한다.
)이미 지나간 일(은 )빨강과 보라의 바깥( 이 시간이 지나 바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제작한 회화이다. 자외선에 의해 잉크가 바래면 먼저 빨간색이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파란색이 남는다. 이미 지나가 버린 빛과 남겨진 것. 녹슬지 않는다고 말하던 스테인리스 면도날은 이미 녹슬어 특유의 녹갈색을 띤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자.
파란색이 좋은 이유는 차가움이 나를 살리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빛에 가까운 빨강이 보이지 않는 빛에 가장 가까운 보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색이다. 파랑으로서 보라가 궁금하다. 청록색이 좋다. 청록색은 피의 보색이다. 코발트 블루와 번트 엄버를 섞으면 채도 낮은 청록색이 나온다. 트라우마의 색이다. 울트라 마린과 번트 시엔나를 섞으면 부드러운 보라색이 나온다. 파란색과 갈색은 섞일 때 초록과 보라로 미묘하게 갈라진다. 중성색인 초록과 보라는 성숙한 색이다. 코발트 블루와 번트 시엔나를 섞으면 녹슨 색이 나오고, 번트 엄버와 퍼마 마젠타를 섞으면 빨간 상처 색이 나온다.

글을 그리거나 그림을 쓴다.
내가 가까이하는 글과 미술은 서로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함께할 때 서로를 파괴하기도 한다.
회화는 작업 과정에서 글쓰기에 비해 창문이 열려있어서 의식이 없어도 시공간을 담는다. 글은 읽을 때 사람과 얽혀 있어 안심하게 한다. 미술과 글 모두 자기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표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다. 서로에게 오해가 많아도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친구처럼 이 두 가지 도구를 이해하고 싶다.

* 'Spring opens like a blade there' ,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앤 카슨

2024. 백한구름

Celine Han

서울, 한국에서 거주 및 작업 활동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개인전
2024  <그곳에서 봄은 칼날처럼 펼쳐진다>, 갤러리 더플로우
2022  <빛과 계절>, 아트로직 스페이스

단체전
2021  <기와에 핀 우리미술 展>, 리수 갤러리

블 로 그:  https://blog.naver.com/laidbackceline
인스타그램: @laidbackceline_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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