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의 매개물인 일상적 공간과 이로부터 바라보는 인간 존재에 대하여
민수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면적 회화와 입체적 미니어처가 결합한 방식으로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축물이 있는 거리 풍경을 회화적 묘사하거나 재현해내고 있는데 특히 그의 작업은 실제 거울과 유리, 그리고 조명 등을 삽입하여 실제감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건축물이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사람이 살아가는 집이나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가의 관심은 물리적 구조물의 공간적 특징이나 미적 감성과도 관련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락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장소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 주된 이유였다고 말한다. 따듯한 조명이 있는 집,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현재의 작업을 하게 된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어린 시절 홀로 있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는데 일종의 ‘보금자리’와 같은 공간이란 어떤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의 체온이 느껴지는 따듯한 공간일 뿐이었고 이는 길거리를 걸으면서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일상 속의 흔한 건물들도 이에 해당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표현한 작업 내용을 보면 그가 그려낸 것은 특별한 건축물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그려낸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있는 이발소나 안경점, 카페와 같은 일상적 공간임을 보게 되는데 이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을 여행하며 경험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대중적 공간들 포함하는 것으로서 예를 들면 미술관이나 공원, 고속터미널이 등장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아마도 사람들이 있음으로 인해 각각의 장소는 단지 어떤 건축물의 일부가 아니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며 그렇게 변화된 맥락에서 다시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면 이는 그 어느 곳도 사람들이 갈망하고 장소이자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작가가 이러한 공간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이번 전시 주제를 ‘객’(客)이라고 지칭한 것을 보면 결국 건축물과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근거가 사람, 인간 관계에 대한 작가의 시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이는 작가에게 있어 마음 속에 비워진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사람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매개물이 바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혹은 건축물이었기에 작가가 그러한 공간에 대해 표현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집에 가족이 모여있는 모습, 카페나 대중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들은 작가가 원했던 인간에 대한 필요 혹은 그리움과 같은 정서를 대리하는 것들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성인이 되어 새로운 인간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작가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한 어린 아이는 여전히 따듯한 인간관계가 있는 집과 같은 공간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며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듯 그러한 공간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대한 자각은 아직도 ‘객’(客)이라는 시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존재적 위치를 발견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가 자신의 작업 속에 거울과 유리창을 자주 삽입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이 자각의 시점을 그의 작업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도 자주 노출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며 동시에 작업에서처럼 항상 주변에 늘 사람들이 있음에도 ‘객’(客)일 수 밖에 없는 존재를 각성시키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이는 동시에 주체적 시점에서 벗어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타자화 하고 객체로서 인식하기 위한 작가적 태도로 읽혀지기도 한다. 민수연 작가는 그러한 인식의 시점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며 전시를 통해 이 인식의 공간 안으로 관객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정한 공간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고 일정한 관계 속에 안정되기를 원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공간을 변화시키고 늘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계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만든다. 작가는 어쩌면 그의 작업을 통해 영원히 ‘객’(客)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 그리고 갈망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계가 노정되어 있는 그것이 인생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그 한계 너머를 갈망하고 희망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을 말하고자 그 매개물인 건축물들 그려내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 주체는 그 스스로를 통해 자신을 인식할 수는 없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 위치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주체 역시 ‘객’(客)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전시에서 시선의 주체인 관객에게도 이를 전해 주고자 하는 것 같다.
이승훈 (미술비평)
(a guest)
밤이 되면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어두워져야 비로소 빛나는 것들, 그중에서도 까만 건물 사이에서 창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은 특별하다.
창 안으로 언뜻언뜻 비추는 움직임의 그림자를 우두커니 바라보면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추운 날에는 손이 꽁꽁 얼어붙을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어스름해지면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맞은 편에 있는 아파트에 불 켜진 창문의 수를 세곤 했다. 우리 집은 놀이터가 있는 곳과 거리가 멀어서, 길을 걸어가기 전 나름의 번민에서 온 행동이었다. 그 순간은 ‘집까지 언제 가지?’ 라는 생각과 ‘여기가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간절한 바람이 함께 떠올랐다. 그러다 어떤 집의 트리가 반짝이는 조명을 보면 그 집은 따뜻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객’ 은 이러한 공간에 대한 애착을 빛으로 표현한다.
나는 가끔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데, 낯선 장소에서 주변의 감각적인 자극을 배제하고 시각에만 몰두하여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지를 고를 때 관광지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나를 완벽한 타인으로 변모시키고, 주변 사람들의 삶과 관점을 철저히 관찰한다. 이러한 관찰과 이해를 통해 작품에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여정을 담아낸다.
여행 중에도 물론 나의 시선은 불빛이 반짝이는 곳에서 멈춘다. 낯선 장소에서 찾은 영감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교차하며 ‘안과 밖’ 이라는 키워드를 빛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겨울밤에 창밖에서 불빛이 들어오는 집 안의 따뜻함과 외로움을 거울을 매체로 사용하여 실재하는 빛과 투영된 빛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풀어냈다. 그림 속에서 안과 밖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겹겹이 쌓인 레이어를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객을 다른 세계로 인도하며, 빛과 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한다.
<객> 전시는 이러한 여정을 통해 완전한 제 3자로서의 시선을 탐구한다. 낯선 장소에서 여행하는 동안 불빛이 반짝이는 순간에 과거의 경험이 얽혀, 막연한 공간에 대한 애착을 심는다. 이와 함께 인간의 궁극적인 곤고함을 느꼈고, 마치 ‘성냥팔이 소녀’ 의 시선처럼 완전한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경험을 얻었다.
작품은 궁극적으로 객의 시선으로 머무르다가 지나가는 삶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거울과 빛을 이용하여 빛이 있는 따뜻한 공간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거기에 비치는 관객, 창밖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안과 밖, 머무름과 지나감을 표현하며, 관객을 새로운 시선으로 안내한다. 작품은 인간의 쓸쓸함과 공간의 관계를 다루며, 안과 밖의 설정을 통해 우리의 고요한 고민과 순환적인 삶에 다가간다.
이번 ‘객’ 전시를 통하여 관객에게 심미적인 즐거움과 공감을 선사하며, 빛과 그림의 조합을 통해 관객의 경험과 상상력을 넓히고, 더불어 머무르고 흘러가는 삶의 의미를 탐구하길 바란다.
2023. 민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