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re and There_Acrylic on canvas_130.0x130.0cm_2023
some might say_Acrylic on canvas_162.2x97.0cm_2022


Here and There_Acrylic on canvas_130.0x130.0cm_2023
기억 혹은 형상 너머의 흐름과 변화를 감지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형상적 요소와 함께 독특한 추상적 표현이 담겨있는 여러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전시 주제를 ‘기억 흔적’이라고 제안하면서 인간의 기억이 유동적이고 가변적임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작가는 이 기억 흔적이라는 것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 속 남아 있는 기억 흔적은 이와 같은 관계의 변화 속에서 남겨지게 된 것들이기에 기억이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계속해서 변화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의 감정과 같은 요소들은 기억에 영향을 주게 되며 심지어 작가는 이러한 요소들이 기억의 내용을 느리게 혹은 빠르게 지나쳐 가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기억 속 이미지들을 작업에 가져오면서 작가가 그려낸 형상 위에 색 점을 찍어서 형상을 가리거나 지워냄으로써 형상 그 자체보다는 형상 위에 어떤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한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관계의 변화 속에서 남겨진 기억의 흔적들로부터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찾아내거나 그 이미지를 구체화하고자 했던 것이라기 보다는 관계에 따라 변화되는 어떤 특별한 흐름을 발견해내고자 한 것이었고 이로부터 변화의 가능성과 그것을 인지하는 작가 자신을 재발견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면 명료하게 묘사된 이미지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작가는 오히려 기억 속 이미지들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일정한 변화의 흐름을 갖게 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픽셀 단위로 그려내면서 그 미세한 단위로부터 점차 흐려지거나 형태가 부서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했음을 보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기억의 파편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인간의 경험은 똑같을 수 없고 각자 감각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기에 모호하게 하고 흐려지게 만든 노이즈와 같은 이미지들의 변화 속에서 작업을 보는 이들이 각기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랬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가는 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기억과 망각을 교차시키고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 그리고 보게 되는 이미지들이라는 것은 사실 픽셀 단위의 망점처럼 다양한 관계의 좌표계가 만들어낸 신기루와 같은 일루전일 수 있으며 오히려 그 일루전을 만들어낸 어떤 흐름들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그려낸 작업에서 이미지에 머무르지 말고 그 너머의 것들을 보고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일루전과 같은 이미지 너머의 것들에 대해 차이의 형상들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는 관계가 만들어낸 차이이자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인간이 보고 기억하는 것들이란 무수한 관계들 속에서 만들어진 차이의 연쇄 속에서 서로 연결됨으로써 형성된 결과물들이기에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인간은 그 일루적 가운데 환영적 이미지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는 그 이미지를 만들어낸 어떤 거대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이미지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 다시 말해 픽셀 단위로 변화하는 작은 색면들이 결합된 어떤 이미지의 흔적과 같은 장면들을 작가가 자신의 작업 가운데 그려내게 된 것은 어떤 특정한 대상의 형상이나 모호한 감정 자체를 그려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프로세스를 픽셀단위로 드러냄으로써 그 이미지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알 수 없는 커다란 흐름과 변화에 대해 감지하게 하고 형상을 만들어내는 미세한 작은 차이들로부터 이미지의 좌표계에서 그 가시적 형상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드는 이미지 연산, 즉 일종의 알고리즘과 같은 근거들에 접근해 보도록 만들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아마도 관객들은 명료한 이미지를 접할 수 없기에 시선이 모호함 속에 빠져들기 쉬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작가가 작업을 해왔던 방식처럼 이 모호함 뒤에 감춰져 있는 영역으로 시선을 가져갈 수 있다면 작가가 느꼈던 것 같은 이미지 너머의 흐름과 변화에 대해 감지하게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형상 저변에 있는 더 근원적인 영역에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승훈 (미술비평)
우리는 기억을 여러번 반복해서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번 기억들이 투영하는 것들과 현실은 불일치한다고 느낀다. 그것은 기억들이 남긴 흔적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과 시간을 공유 하면서도, 서로 다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기억들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다. 기억들 속의 기억, 지시 대상도 테두리도 없이 부유하다 끊임없이 순환 하면서 흘러들어온다. 그렇게 들어온 서로의 기억이미지들이 교차하는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게 되며 관계가 만들어 진다.
시간속에서 기억의 흔적들은 감정, 잔상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로 기억은 계속 변해가며 의식 속에 남는다.
이렇게 하나의 대상이 우리의 기억을 불러 일으킬때, 감정에 따라 기억은 느리게 또는 빠르게 지나쳐 가기도 한다. 그 속도는 기억속에서 힘을 갖는다. 그렇게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을때 다른 형태의 층이 만들어 지고, 이러한 층들이 쌓여 만들어 지는 것이 기억의 지문이다. 그런 것들이 타인과 구별되게 해주고,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게 해준다.
작업의 진행과정은 어떤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모티브에서 한발짝 물러나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이미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본 대상들을 한 화면에 표현해 나간다. 그렇게 그려진 형상위에 색점들을 찍어 그 형상들이 가려지고 지워가며 하나의 형상을 만들기 보다는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 간다. 이런한 방법을 통해 본인의 의지에서 벗어나 또 다른 가능성의 형상들이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능성들이 쌓여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게 해주며, 그러한 만남 들이 모여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23. 이 혁
이 혁 李赫, Lee Hyuck
작가약력
개인전
단체전
작품
Here and There_Acrylic on canvas_130.0x130.0cm_2023
some might say_Acrylic on canvas_162.2x97.0cm_2022
ONE IS NOT ONE_Acrylic on canvas_72.7x60.6cm_2023
Here and There_ Acrylic on canvas_ 130.0x130.0cm_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