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약력
개인전

우주를줄게_90.9x116.7cm_Oil on canvas_2022


현실 세계의 한계를 넘어 살아가게 만드는 상상적 세계에 대하여
이유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Universe”를 연상케 하는 신조어 “EUNA-verse”를 제시하면서 캔버스 위에 작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소우주를 창조해낸다. 작가가 그려낸 소우주는 장미꽃으로 환원된 세계이기도 하고 얼룩말이 등장하는 꿈과 같은 세계이기도 하다. 작가가 그려낸 일련의 장미꽃 작업들을 보면 평범한 꽃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극히 단순하고 평면적인 배경 위에 이 배경과는 대비되는 색조와 명암을 사용함으로써 좀 더 화려해 보이는 방식으로 꽃이 피어있는 형상을 그려놓은 것을 보게 된다. 마치 블랙홀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듯 보는 이의 시선을 꽃잎 중심으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장미꽃 작업들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배경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눈에 띄도록 그려져 있으며 그로 인해 작업을 보는 이들의 시선을 화면 중심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달리 얼룩말이 등장하는 작업들에서는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초현실적 세계의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가구가 배치된 실내 풍경이 갑자기 보름달이 떠 있는 미지의 초원과 겹쳐져 보이기도 하고, 꽃과 풀이 있는 정원의 모습은 깊은 산 속 풍경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며, 사막의 오아시스가 있는 풍경은 물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현실과 닮아 있지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풍경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낸 이 꿈과 같은 풍경들의 중심에는 항상 얼룩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와 함께 뒤쪽으로는 매번 아치형 문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 다양한 풍경들 가운데 자신만의 특정한 알레고리적 상징물들을 삽입해 놓고자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그려낸 작업들이 작가의 독특한 의도에 따라 그려진 것임을 암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일련의 작업에 대하여 작가는 자신이 상상한 머릿속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공간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면들은 모두 작가의 캔버스 안에 그려져 있는 이미지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미지로 가시화한 작업 그 자체 역시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것들을 현실의 일부로 가져온 것이기에 여기에 의미부여 하면서 일견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현실의 일부분일 수도 있는 것들을 작가는 그의 작업가운데 실현해내고자 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려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미꽃 작업의 경우 블랙홀처럼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작업을 한 것 이였다면 이와 반대로 얼룩말이 있는 풍경 작업에서 작가는 마치 화이트홀처럼 생성의 공간, 즉 미지의 세계로부터 전해오는 수없이 많은 풍경의 모습들을 현실 공간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는 방식에 의해 가시화시키고 이를 작업 가운데 쏟아낼 수 있는 상상적 공간이 그려지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는 언제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나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는 그와 같은 한계가 없는 세계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작가는 아치형 문의 형상을 매번 자신의 그림 속에 배치해 두고 그 문 너머 미지의 세계로 시선을 향하게 함으로써 이 문을 통과하게 된다면 꿈과 같은 세계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적 공간을 자신의 회화 작업 가운데 만들어 내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매번 작업 가운데 등장시키고 있는 얼룩말에 작가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그 얼룩말이 자유롭게 세상을 유랑하는 모습으로부터 작가가 스스로 현실 속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부분,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나 한계마저 초월하여 넘어서는 차원에서 대리적 경험을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신이 그의 작업 속 얼룩말처럼 중심적 존재가 된 세계, 자신이 상상한 것들을 현실화 함으로써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세계를 그려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공간적 구조와 물리적 한계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앞에서 작가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작업에서는 상상을 통해 그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통로를 만들어내고 물리적 한계를 대리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창조해내고자 했던 것 같다. 그것이 작가 자신이 주체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로부터 존재 의의를 확인하려 할 경우도 있겠지만 작가는 의존적이거나 종속적인 관계 가운데 매몰될 수 있을 것이기에 작가는 작업을 통하여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방식으로 우주의 중심이자 우주 자체인 자신의 세계를 꿈꿔 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에게는 그 꿈의 세계가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믿을 수 없어 보이는 현실이라는 세계를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이 공간은 다채롭다.
얼룩말이 바닷속을 누비고, 구름 사이를 걸어 다닌다.
장미꽃이 달처럼 떠있고, 피었다가 저물기도 한다.
작가는 각각의 신에서 얼룩말이 되어 하늘을 날기도 하고 장미꽃이 되어 화사하게 피어나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머릿속의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공간, 이곳은 EUNA-verse이다.
2023. 이유나
LEE EUNA
작품
우주를줄게_90.9x116.7cm_ Oil on canvas_2022
비밀정원_53x45.5cm_Oil on canvas_2023
바닷길_90.9x72.7cm_Oil on canvas_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