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축 움직임_할머니의 향이 베어 있는 물건들, 설탕_영상


우리의 인생 여정 한복판에서
나는 캄캄한 숲 속에서 나의 감각을 되찾았는데,
내가 똑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 중-
궤도는 중력에 의해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경로 이며 중심에서 끌어당기는 힘으로 행성은 주변을 돌게 된다.
정해진 길로만 다니고, 날마다 반복되는 패턴으로만 움직이는 우리는 이미 궤도를 형성중에 있다. 그런데 만약 이 궤도를 벗어난다면?
모든 물체는 외부의 원인, 즉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직선운동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다. 행성은 직선의 운동방향을 유지하려는 반면, 중력은 매순간 행성의 운동 방향과 수직으로 작용하여 운동방향을 바꾼다. 우리 또한 항상 똑같을 것만 같은 날들에 조금씩 변화가 온다. 그리고 이러한 이전에는 보지 못한 것,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 개인적인 자각을 발전시키고 이로써 존재 내면의 뚜렷한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이런 중력에 의한 우리의 움직임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겉으로 보이는 표면과 그 아래의 것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일정한 패턴 위에서 조금씩 이동하는 우리의 위치와 그 움직임으로 인하여 달라지는 어떠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둘은 가까우면서도 멀어 보였지만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그리고 이 표면의 아래를 보니 가라앉아 있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표면의 움직임에 의해서 떨어진 것들이 아래에 쌓여서 종유석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또한 끈적거리는 갈색의 액체 속에서 유영하고 있는 조각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에 있는 것들은 무의식의 조각, 응집 되어있는 기억의 덩어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표면과 마주 닿으면서 자국을 남기고 볼록 솟아오른 이질적인 면들이 존재하게 된다. 즉 표면과 그 아래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궤도 그리고 그 너머의 세계에 대한 질문들
김소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상징적 도형의 미니멀한 형식의 작업과 함께 구체적 형상이 드러난 정반대 작업을 한 공간 안에서 같이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패턴을 지닌 입체도형 같은 형상이 있고 중앙에는 큰 사각의 프레임들이 조금씩 어긋나게 얹어져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는 설탕이 녹아 끈적한 액체를 거쳐 고체덩어리로 변형된 이미지들과 함께 무엇인가 변형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작업도 있다. 이와 같은 작업들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또는 작업을 하면서 경험하게 된 현상들에 대한 작가 고유의 시각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상징적이고 미니멀한 작업과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난 작업을 동시에 가져온 것은 그 양립되어 보이는 작업 방식 사이에서 어떤 맥락을 발견하고 그 자각하는 지점을 제시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매일 똑같이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틀에 박힌 일상의 모습과도 흡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들을 통해 마치 고정적이고 영원히 불변할 것 같은 세계의 작업을 보여주다가 돌연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형상들로 작업을 보는 이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처럼 김소연 작가는 자신이 인식하고 있던 결정론적인 삶, 합리적이고 고정된 패턴과 같은 삶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삶이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궤도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작게나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마치 궤도와 같이 짜여진 틀 안에 있는 것 같은 현실을 당연시 하면서 지나온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이다. 질서와 합리의 세계로 보이지만 이는 표피적 현상에 불과할 뿐 그 근원에는 가변적인 세계가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불규칙적이고 불확정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한 세계 혹은 그 너머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질서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언급했던 바 “중력의 움직임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 보게” 된 가변적 시각을 발견하게 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간은 어느 한 지점에 고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변형되어 가고 반복되는 가운데 있기에 작가는 이 미묘한 상황을 궤도라고 지칭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정해진 영역 내에서 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은 현상들이 무한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무한하지 않은 일종의 우주적 원리일 수 있는 이것을 작가는 이 세계의 현상으로부터 시선을 점차 그 이면의 것들로 가져가게 되면서 찾아내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어느 순간 이처럼 변형되고 고착되고 또다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 세계에서 나라는 주체는 의식적 세계, 이성적 세계라는 궤도 안에 살고 있는 것 같으나 무의식처럼 의식 세계 너머의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궤도에 대한 시각이 이제 다른 시간, 다른 질문을 향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작가적 사유를 그의 작업 가운데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irector 박 하(아트로직 스페이스)
2019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2017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Solo Exhibition
2019 표류하는 부표, 코스모 40, 인천
깊은곳, 갤러리 도스, 서울
Group Exhibition
2019 課題 展, 가온 갤러리, 서울
Beginner, 아트스페이스 오, 서울
2019 창원 청년 아시아미술제, 창원
2018 課題 展, 가온 갤러리, 서울
Colloquium, 아트스페이스 오, 서울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_ 서울은 미술관, 서울
課題 展, space π, 서울
성신.홍대 교류전 _ 13정거장, 서울
2017 課題 展, 가온 갤러리, 서울
2016 졸업展, 가온 갤러리, 서울
010.4111.3922
kimsy39222@naver.com
작품
Dinner 3_Oil on canvas_162.2x130.3cm_2020
Z축 움직임_할머니의 향이 베어 있는 물건들, 설탕_영상
궤도_집 평면도가 부착된 아크릴, 실_300*300*300_2020
초점까지의 거리_MDF, 석고에 아크릴, 스테인레스_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