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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LIM JONGCHUL

전시 1 · 작품 6

「감정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어린 시절, 나는 손바닥만 한 게임기 앞에서 세상을 배웠다. 화면 속 픽셀들은 내가 처음으로 이해한 언어였고, 조작과 응전, 실패와 재시작의 리듬 속에서 ‘살아 있음’의 감각을 배웠다. 그때의 픽셀들은 아직도 내 안에서 원형적 감정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 이미 나는 감정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요한 집 안에서, 브라운관의 빛은 나의 세계였다. 그 안의 인물들은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였고, 나는 그들의 표정을 따라 손끝으로 감정을 복기했다. 캐릭터 를 그린다는 건 나의 내면을 그리는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수많은 캐릭터의 표정을 설계하고, 플레이어의 감정을 조율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감정을 다루는 동 안 내 안의 감정은 점점 비워졌다. 조직 안의 나는 하나의 ‘감정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었고, 진짜 감정은 점점 멀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붓을 들었다. 시스템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의 잔해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림을 그릴 때 내 손은 여전히 게임을 하듯 움직인다. 붓질은 조작의 행위이고, 물감은 로딩 중인 데이터 같다. 감정은 색으로 번역되고, 표정은 UI처럼 분리된 다. 그 속에서 나는 ‘감정의 연출자’에서 ‘감정의 대상’으로 옮겨간다. 그림 속 인물들은 내 안의 플레이어이자 아바타이며, 그들의 표정은 진짜 감정이 아니라 감 정의 코드 조각일지도 모른다. 물감은 디지털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클릭 한 번으로 지워지던 감정은 여기서 뻣뻣하게 굳고, 표면 위에 남는다. 그 잔류감 속에 나의 피로와 집착이 층층이 쌓인 다. 그것이야말로 감정이 아직 인간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리는 얼굴들은 언제나 불안하고, 어색하며, 색은 과하다. 그러나 그 불균형 속에 감정은 드러난다. 감정이란 본래 균형을 잃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니까. 임 종 철 LIM JONGCHUL 공식적인 전시 경력 없음 국립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 전공 작가는 국립 순천대학교에서 만화예술학 을 전공하며 캐릭터 창작과 서사 구조, 시각적 감정 표현에 몰두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가상의 인물 간의 감 정적 상호작용에 매료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게임업계에 진입하였다. 이후 《리니지2》, 《로스트아크》 등 대형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캐릭터 디자이너 및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감정의 시각화, 감정 조작의 UI화, 인터페이스 기반 감정 경험 설계 등 디지털 감정 구조 전반을 실무적으로 축적해왔다. 현재는 ‘감정 UI’, ‘출력 오류’, ‘디지털 감정의 잔재’ 등 기술 기반 감정 표현을 주제로, 물성과 시스템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적 언어를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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